아메리카 원주민 집단적 자살기도 비상 걸린 캐나다, 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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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의 집단적 자살 기도로 비상이다.

캐나다 중동부 온타리오 주는 자살 기도가 잇따르고 있는 원주민 정착촌인 애타와피스카트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캐나다 민영방송 CTV가 10일 보도했다. 인구 2000명인 이 정착촌에서는 지난해 9월 이후 자살 기도 건수가 100건을 넘었다. 지난달 28건에 이어 이달 들어 하루 동안 11명이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다행히 사망자는 1명이지만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연령은 11세부터 71세까지 다양하다.

찰리 앵거스 온타리오 주 주의원은 겨울동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자살 유혹에 빠져드는 “악몽이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원주민 자치정부는 자살 기도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위기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정신건강 상담 전문가 2명을 파견했다고 캐나다 보건부가 발표했다.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지난해 9월 13세 된 원주민 소녀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뒤 자살하면서 발생했다고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소녀의 친척인 원주민 재키 후키모는 “누군가가 병이나 노환으로 숨지면 일반적 슬픔에 머물지만 누군가 자살하면 심각한 트라우마를 동반한 복잡한 슬픔이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

구조적 원인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캐나다 전역에 살던 원주민의 숫자는 현재 140만 명으로 전체 캐나다 인구의 4%로 줄어들었다. 대다수가 빈곤과 질병, 범죄와 각종 중독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뉴스는 이번 사태의 확산에는 마약 남용과 육체적 성적 학대, 학교에서 따돌림으로 대다수 원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온타리오 주 서쪽에 인접한 마니토바 주의 원주민 정착촌에서도 두 달간 6명이 자살하고 2주 동안 140건의 자살 기도가 발생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또 1월 중서부 사스카츄완 주의 원주민 정착촌에서 17세 소년의 학교 총기 난사로 4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당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애타와피스카트의 뉴스는 가슴 아픈 소식”이라며 “우리는 모든 원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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