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럼프 맞상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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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경쟁자 자리를 놓고 테드 크루즈 후보(오른쪽 사진)와 마코 루비오 후보(왼쪽 사진)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2위 싸움에 트럼프 후보만 어부지리로 득을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아일보DB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경쟁자 자리를 놓고 테드 크루즈 후보(오른쪽 사진)와 마코 루비오 후보(왼쪽 사진)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2위 싸움에 트럼프 후보만 어부지리로 득을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아일보DB
‘누가 트럼프의 맞상대가 될 것인가. 루비오냐, 크루즈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구도는 아이오와(1일) 뉴햄프셔(9일) 사우스캐롤라이나(20일)로 이어지는 3라운드를 치른 뒤 이렇게 정리됐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플로리다)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텍사스)을 0.2%포인트의 근소한 차로 제치고 2위를 차지한 뒤 “이제부터 3자 대결”이라고 선언했다. 미 언론은 “정확히 말하면 1위 도널드 트럼프(70)에 맞설 2위가 누가 되느냐의 싸움부터 마무리돼야 한다”고 보도했다. 크루즈는 이를 의식해 “트럼프를 유일하게 이겨 봤고, 앞으로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나밖에 없다”고 했다. 아이오와에서 트럼프를 눌렀던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공화당 유권자의 구체적 투표 성향을 보여주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출구 조사는 앞으로 벌어질 ‘루비오 대 크루즈’의 2등 싸움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세 후보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선 ‘공화당의 최종 후보는 11월 대선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 중 47%가 루비오를 찍었다. 트럼프는 21%, 크루즈는 17%였다. 루비오의 본선 경쟁력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극명하게 대조되기 때문이다. 루비오는 ‘보수주의의 신세대’ ‘21세기형 대통령’을 강조하면서 “클린턴은 20세기 사람이다. 과거는 끝났다(Yesterday is over)”고 공격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내 고학력, 고소득, 도시 거주자의 표심이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막판에 루비오에게 쏠렸다”고 보도했다.

크루즈는 ‘나와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유권자 사이에선 34%로 1위를 차지했다. 루비오는 27%, 트럼프는 8%였다. 그러나 가장 크게 의존했던 표밭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들 세력의 크루즈 지지율(26%)은 트럼프(34%)보다 떨어지고 루비오(21%)와도 큰 차가 나지 않았다. 저학력 블루칼라는 트럼프, 고학력 화이트칼라는 루비오로 기울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크루즈는 당분간 화력을 루비오에게 집중하는 전략을 펼 계획이다. 그는 “루비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말투까지 따라 하는 ‘공화당의 오바마’일 뿐”이라는 선거 광고를 선보였다.

NYT는 “루비오와 크루즈가 2위 다툼을 벌이는 사이 트럼프의 ‘승리자 브랜드’는 더욱 굳어질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독주는 그동안 다른 후보들이 트럼프와의 맞대결을 피하면서 2, 3위 쟁탈전만 벌인 것도 큰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공화당 후보들이 선거 광고에 쏟아부은 2억1500만 달러(약 2644억 원) 중 트럼프를 공격한 광고는 4.3%(92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NYT는 전했다.

결국 ‘트럼프를 언제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느냐’가 공화당 경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언론은 “루비오의 본고장인 플로리다 경선이 있는 3월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에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NYT는 “그전에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질 수 있다. 공화당 지도부가 슬슬 ‘트럼프를 우리의 후보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트럼프#루비오#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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