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올랑드정부 親기업정책 ‘유럽의 병자’를 치유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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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佛경제]
부자세 도입 등 초기 증세정책 포기… 법인세 인하-복지축소로 노선 수정
1분기 성장률 0.6%… 2년만에 최고, 獨 제치고 ‘유로존 르네상스’ 이끌어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은 최근 1분기(1∼3월) 경제성장률 잠정치가 0.6%라고 발표했다. 2013년 2분기 이후 2년 만의 최고치이며 유로존 1위 경제대국인 독일(0.3%)보다도 앞선 것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이달 18일 “연말까지 당초 잡았던 성장 전망치 1%를 넘어 1.5%까지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병자(病者)’ 프랑스가 깨어나고 있다. 프랑스의 약진으로 유로존 전체 평균 1분기 성장률까지 0.4%(전 분기 대비)로 끌어올려 미국(0.2%), 영국(0.3%)을 앞질렀다. 유로존이 미국과 영국을 앞선 것은 2011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외신들은 ‘유럽의 골칫거리였던 프랑스가 유로존 경제를 활력으로 이끄는 선봉에 섰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프랑스가 유로존의 르네상스(부흥)를 이끌고 있다’(영국 더 타임스)고 환호했다.

프랑스의 약진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내건 각종 규제 완화 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사회당을 이끄는 좌파 정부 수장답게 취임 초기에는 연소득 100만 유로(약 12억 18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 75% 세율을 부과하는 ‘부자세(Super tax)’를 도입하고 환경세와 법인세를 올리는 각종 증세 정책을 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조세저항이 심해지자 과감하게 유턴해 부자세를 폐지하고 법인세를 내리고(현행 33.3%에서 2020년 28%) 복지를 축소하는 정책으로 노선을 바꿨다.

지난해 초 발표한 ‘책임 협약’이 대표적이다. 이 협약은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총 400억 유로에 달하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기업들이 부담하던 사회복지부담금도 줄여 자영업자 복지를 위한 재원으로 쓴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일자리 창출과 경쟁 촉진을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도 진행 중이다. 은행원 출신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이 입안한 ‘성장과 활동법’이 이달 12일 상원을 통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1년에 최대 5회까지만 허가할 수 있던 상점들의 일요일 영업을 연 12회로 늘리고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생제르맹 지구 등 국제관광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백화점과 상점은 1년 내내 일요일에 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높은 진입 장벽으로 많은 보수를 받던 공증인과 경매인, 의사, 약사, 조종사 등 37개 업종의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장거리 버스 노선을 경쟁에 부치고, 아스피린이나 진통제 등을 약국뿐 아니라 슈퍼마켓에서도 판매하는 방안이 추진될 계획이다.

감세정책은 사회복지비용의 대폭 축소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발스 총리는 지난해 말 편성한 예산에서 연금과 보건·사회복지 분야에서 총 210억 유로를 삭감했다. 또 올해 7월부터 가족수당을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70년 만에 소득 구분 없이 모든 국민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시스템에도 칼을 대고 나섰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좌파를 표방한 영국 노동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비롯해 독일의 사민당, 스페인의 사회민주당 등 유럽 주요국들의 전통 좌파가 길을 잃었다”며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만이 친(親)시장주의 개혁으로 유턴하면서 좌파 대통령으로서는 외롭게 권력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올랑드정부#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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