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유가 장기화… 美-中 성장투자 늘릴 호기 反美 산유국은 파산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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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과 재앙의 두 얼굴

‘저유가’는 진정 기회인가. 또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저유가야말로 세계경제 질서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호기라며 상당기간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현재의 저유가 상황이 한 세대에 한 번 올까말까 한 경제개혁의 호기라며 ‘오늘을 잡으라’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타임도 얼마 전 유가 급락으로 미국은 가구당 연간 750달러의 세금감면 효과를 누리는 반면 반미 성향의 산유국들은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저유가의 효과’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저유가 추세가 수요와 공급 불일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셰일가스와 원유 추출기술 혁신이 가져온 장기적 현상이므로 각국은 그에 걸맞게 에너지 정책을 일대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임은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법)’으로 불리는 기술혁신으로 미국 내 원유생산량이 2006년 하루 500만 배럴에서 2014년 900만 배럴로 늘었고 작년부터는 생산량이 수입량을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유가가 2020년대 초반이나 돼야 배럴당 9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타임 역시 “배럴당 100달러 시대는 다시는 안 올지 모른다”는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의 발언을 전하며 저유가 시대의 중장기화에 무게를 뒀다. 이달 들어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만 이는 가격조정효과일 뿐 지속적 반등세가 되기엔 힘들다는 관측이다.

선진 각국의 재정확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에너지세 인상이나 석유 사용을 줄이기 위한 탄소세 도입도 가능하게 됐다. 석유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출도 줄일 수 있어 복지나 성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2013년 기준으로 170억 달러(정부예산의 13%)를 저소득층을 위한 연료보조금으로 썼으나 올해는 경유에 대한 일부만 남기고 휘발유 보조금을 전면 철폐했다. 용(중국)을 대신해 세계경제의 견인차가 될 코끼리로 주목받는 인도도 매년 105억 달러에 이르는 석유보조금을 감축해 교육과 보건복지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도 유가가 1달러 떨어질 때마다 21억 달러를 재정에 보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석유가격이 10% 하락하면 세계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 효과는 석유의존도가 높은 산유국들에는 대재앙이다. 이에 따라 국제질서까지 바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반값 석유를 수출하면서 재정의 60%를 석유에 의존해온 베네수엘라. 최근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까지 거론되자 베네수엘라를 주축으로 하는 반미동맹체제에까지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반미 성향의 ‘볼리바르동맹(ALBA)’ 회원국들을 포함시킨 카리브 해 연안 20개국 정상을 불러 모은 ‘제1회 카리브해 에너지 안보 이니셔티브(CESI)’회의를 주도하면서 중남미 국가들의 힘의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뒤이어 중국도 놓칠세라 8일 중국에서 제1회 ‘중국-라틴아메리카 포럼’을 개최하면서 경제위기에 놓인 카리브 해 연안국 및 라틴아메리카 30여 개국에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석유 수출이 재정수입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는 국가신용도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졌고 이란 역시 석유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로 잡았던 회계연도 기준유가를 배럴당 40달러까지 낮추는 궁핍 예산으로 인한 정치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저유가#산유국#미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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