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 저지 외교戰 실패한 北 “누가 뭐라든 우리 길 갈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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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北인권결의안 채택]
결의안 의미와 北의 대응은

북한은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라는 강력한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을 저지하려고 최근 몇 개월간 유엔 안팎에서 총력 외교전을 폈다. 그러나 그 결과 늘어난 반대표는 3표에 불과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북한 편을 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북한은 뼈아픈 현실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인권 운동의 역사적 이정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2005년부터 유엔 총회에서 계속 채택됐다. 권고적 내용이 반복되면서 2012년과 지난해에는 찬반 투표 없이 ‘컨센서스(합의) 채택’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런 결의안에 ‘ICC 회부’ ‘북한 최고책임자들 문책’ 같은 강한 내용이 포함되게 된 것은 2월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보고서의 영향이 크다. COI 보고서는 “북한 내 조직적 인권 침해가 반인도적인 범죄 수준이고 그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며 ‘북한 인권 상황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고 궁극적으로 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처음 제시했다.

이 보고서 작성을 이끈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은 18일 ‘미국의 소리’ 방송 인터뷰에서 “ICC 회부 조항이 담긴 인권결의안 채택은 역사적 결정”이라며 “북한 같은 나라를 ICC에 회부하지 않으면 어떤 나라를 회부하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ICC 회부’ 조항을 삭제한 쿠바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비록 부결되기는 했지만 40표의 찬성표를 이끌어내자 회의장은 잠시 술렁였다. 이 찬성 40표가 북한인권결의안 반대표로 그대로 이어진다면 북한으로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북한 ‘핵 위협 카드’ 꺼내

북한 대표단은 표결 직전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휴식시간에도 중국 등 우방국 대표단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됐다. 오후 3시 20분경 최명남 북한 외무성 부국장이 “북한 체제를 말살하려는 의도가 담긴 결의안을 채택하면 핵실험을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리아 이란 쿠바 벨라루스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대표가 북한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오후 3시 40분경 표결이 실시됐고 ‘찬성 111표’가 전광판에 찍히자 “아!” 하는 탄성이 대표단과 방청석에서 터져 나왔다. ICC 회부라는 민감한 표현 때문에 찬성표가 2011년 제3위원회 때(112표)보다 꽤 많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북한 대표단석에 최 부국장과 함께 앉아있던 김성 참사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회의장 내 통로를 서성거리기도 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결의안 통과 뒤 “북한이 국제사회와 더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며 “국제사회가 (대화 대신) 대결을 선택한 만큼 우리도 누가 뭐라 하든 우리가 선택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경고한 ‘심각한 결과’는 4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무력도발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아태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내 미국 억류자 전원 석방 등 최근 유화 제스처는 일종의 시간 벌기용 전략일 뿐 정책 수정이 아니다. 연내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내년 초 4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김정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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