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대신 ‘경제차별’ 시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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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르트헤이트 철폐’ 남아공 민주화 20주년
흑인 월수입 백인의 4분의 1 그쳐… 신분상승 막혀 기업임원 비율 10%대

“와카 와카(Waka Waka·이제 아프리카를 위한 시간이다).”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프리토리아의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인 군중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불렀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최초의 민주적 선거가 실시된 1994년 4월 27일로부터 만 20년이 되는 날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46년간 이어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끝내고 흑인도 투표권을 얻은 당시 선거에서 민주화를 이끈 넬슨 만델라가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남아공은 이후 4월 27일을 ‘자유의 날(Freedom Day)’로 기념하고 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사망한 뒤 처음 맞는 자유의 날 행사에서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와 싸웠던 모든 사람 덕분에 남아공은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아공의 현실은 주마 대통령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전했다. 남아공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데즈먼드 투투 주교도 현지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의 더딘 변화를 언급하며 “만델라가 살아서 현재의 남아공 상황을 보지 못하는 것이 기쁘다”며 주마 대통령을 비난했다.

현재 남아공의 심각한 문제는 인종에 따른 극심한 경제격차인 ‘이코노믹 레이시즘(Economic Racism)’. 남아공 통계청에 따르면 백인의 월평균 수익은 1만600랜드(약 106만 원) 수준이지만 흑인의 수입은 백인의 4분의 1에 그친다. 전체 인구의 약 80%가 흑인이지만 기업 임원 중 흑인 비율은 20% 미만이다.

더 큰 문제는 주마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가 각종 부패와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흑백 빈부격차를 해결할 동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남아공 국민권익보호원은 지난달 “주마 대통령이 사저 보수공사를 하면서 직무와 관련 없는 시설에 과도한 돈을 썼다”고 주장했다. 주마 대통령은 정부지원금 2300만 달러(약 240억 원)의 일부를 상환하라고 압박을 받고 있다.

한편 남아공은 다음 달 7일 총선을 실시해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주마 대통령의 ‘사저 스캔들’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파리=전승훈 특파원
#만델라#남아공#아파르트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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