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교섭에 다걸기… 아베 속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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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임기내 해결” 정치자산 극대화
② 한-중 틈새 대북정책 지분 확보
③ 소비세인상 앞두고 지지율 만회
납북자 재조사 등 앞길은 불투명

“내가 다시 총리가 된 것은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2년 총리 취임 직후 납북 피해자인 요코타 메구미(橫田惠) 씨의 부모를 만났을 때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북한과 일본이 1년 4개월여 만에 국장급 협의 재개를 합의하는 등 양국의 납북자 교섭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협의를 재개하겠다”며 “북한과 해결할 현안들을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전력을 다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물밑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5월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에 알리지 않고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참여(총리자문역)를 북한에 보냈고 올해 1월 베트남 하노이, 2월 홍콩에서 비밀 접촉을 이어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3월 북한과 가깝게 지내는 몽골을 방문한 데 이어 9월에는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을 일본에 초청해 지원을 요청했다. 아베 내각과 정부 인사들은 양복에 납북 피해자 구출을 상징하는 푸른색 리본을 항상 달고 다닌다.

아베 총리가 납북자 문제 해결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평양 방문 때 관방부장관으로 동행해 북한의 사과와 피해자 전원 송환을 고집해 스타덤에 올랐다. 2006년 그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연소 총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대내외 정세 판단도 북-일 교섭을 서두르는 원인의 하나로 분석된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이 찰떡 공조를 과시하자 소외될 것을 우려한 일본이 대북 영향력 지분 확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한동안 휘청거릴 국내 지지율을 만회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코너에 몰린 김정은 정권으로서도 일본은 유력한 탈출구다. 핵과 미사일 문제를 묶어두고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일본의 대북 수출입 전면 금지 완화 등 반대급부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메구미 씨 부모와 손녀 상봉 카드로 북한의 인권 침해 결의안을 작성하는 유엔 인권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희석하려는 의도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북-일 교섭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최우선시하는 미국과 한국이 일본의 오버 페이스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최소 17명이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일본과 달리 북한은 13명이 납치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뢰성 문제도 남아 있다. 북한은 2004년 메구미 씨 유골을 일본에 건넸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다른 사람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다만 한일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베 총리여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김정안 기자
#납북자 교섭#아베#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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