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악몽 떠올렸던 뉴욕 시민들 “휴∼ 가스폭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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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건물 2개동 붕괴 7명 사망
110년 된 건물 설비 노후화로 2년전부터 “가스 누출” 신고해와

12일 오전 9시 31분 미국 뉴욕 맨해튼 이스트할렘.

아파트에 있던 새뮤얼 폴 씨는 건물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질 정도의 거대한 폭발음에 창문을 연 뒤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인근 2개 동의 5층짜리 아파트가 거대한 연기 속에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는 “순간 (2001년에 발생해 2977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테러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이 유리창 파편과 건물 잔해를 뒤집어쓰고 맨발로 도망쳐 나온 아비규환의 현장은 그날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세계 언론들이 이날 폭발 붕괴사고를 긴급 뉴스로 타전한 것도 13년 전의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사고 발생 3시간 뒤 열린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발표에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테러 가능성에 온갖 촉각이 곤두서 있던 상황에서 가스누출로 인한 사고임을 확인했다. 사고 현장이 지역구인 찰스 랭걸 연방 하원의원(민주)도 “커뮤니티의 9·11”이라고 하면서도 테러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사고로 13일 오전 9시 현재 7명이 사망하고 최소 6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미국 ABC방송이 보도했다. 실종자도 여러 명에 이른다. 주뉴욕 한국 총영사관은 “경찰에 알아본 결과 사망자와 부상자 가운데 한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보면 세계 최대 경제도시인 뉴욕에서 발생한 ‘후진국형 인재(人災)’에 해당한다. 주민들은 “2년 전부터 건물에서 가스 냄새가 났다. 신고하면 주민들을 소개시켰다가 10∼15분 뒤 귀가시켰다”고 증언했다. 사고 발생 15분 전에도 가스누출 신고를 받은 가스공급업체 콘에디슨 직원들이 출동하고 있었다.

맨해튼에서도 낙후된 지역인 이곳 주민들은 “그동안 개선을 요구한 우리들의 외침을 외면한 대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0일 발표된 도시미래연구센터의 보고서는 “뉴욕의 가스관 인프라 수리에 3000만 달러(약 320억 원)를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너진 두 건물 중 한 곳은 2008년 시 당국의 안전검사에서 ‘위험’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건물은 110년 전에 지은 것으로 각각 스패니시 교회(1, 2층) 피아노 가게(1층)가 있었고 나머지 5층까지 15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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