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곳곳 아직도 시신들 널려… 카이로는 대살육 지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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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 대변인

“카이로에서 진행된 것은 대학살이었다. 카이로는 지옥이었다.”

무함마드 수단 이집트 자유정의당(FJP) 대변인(사진)은 16일 오전 3시(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집트 사태는 군부에 의한 합법적 시위 진압의 범위를 벗어난 반인륜적 대살육이라고 주장했다.

14일 카이로 유혈 사태 현장을 목격한 뒤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임시 거처로 옮겨 은신 중인 그는 희생된 동료들이 생각난 듯 잠시 감정이 복받쳐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군 당국은 아직도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하지 않아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통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FJP는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정당으로 지지 세력들은 군부가 축출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주장하는 시위를 이끌고 있다. 14일 헬기와 장갑차, 탱크를 동원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유혈진압에 따른 인명 피해에 대해 정부 측은 최소 638명이 숨지고 4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과 FJP 측은 2600여 명이 숨지고 1만 명 이상이 다쳤다고 주장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단 대변인은 “총구 앞에서도 평화적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나타냈다.

―14일 유혈진압 이후 현지 상황은….

“시위에 참여했던 누군가의 부모, 딸과 아들, 남편과 아내가 처참하게 살해됐다. 그들의 시신이 아직도 카이로 도심 사원 바닥에 널려 있다. 사망자 상당수가 지방에서 올라온 시위자들이다. 유가족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시신을 넘겨받으려면 당국의 사망진단서가 필요한데 현재 군경 당국은 유가족들에게 ‘사망자가 자살 또는 자연사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이를 거부해 장례식은 물론이고 시신 수습도 못하고 있다.”

―평화적 시위 대신에 무장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무장 투쟁은 우리의 시위 명분을 없애고 군부의 무력진압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이다. 그들의 술수에 말려드는 일이다. 우리의 존재 가치를 없애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이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명하고 사임했다. 앞으로 그와 연합할 가능성이 있나.

“그 역시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방관자이자 무능력한 사람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과 연합할 계획은 없다.”

―향후 군부와 정국 안정을 위한 협상의 전제 조건은 어떤 것인가.

“우리에겐 합법적 대통령(무르시)이 있다. 군은 그와 무슬림형제단 지도자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 무르시를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하라. 그러면 우리는 대화할 용의가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슬림형제단 지지 세력들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있다. 국내외에서 시위를 계속해 나갈 것이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집트 민주화 운동은 전 세계적 응집력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시위 광장에 있을 것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무슬림#자유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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