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6·25정전행사 대표단 안보낼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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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아리랑공연서 ‘조로친선’ 등장시켜 구애하지만

러시아 향한 메시지?



22일 평양 ‘5·1경기장’에서 개막된 북한의 대규모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에서 이례적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친선 관계를 강조하는 문구 ‘조로 친선은 세기를 이어’가 등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로는 조선과 로씨야(러시아)의 머리글자다. 고려여행사 제공
러시아 향한 메시지? 22일 평양 ‘5·1경기장’에서 개막된 북한의 대규모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에서 이례적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친선 관계를 강조하는 문구 ‘조로 친선은 세기를 이어’가 등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로는 조선과 로씨야(러시아)의 머리글자다. 고려여행사 제공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7월 27일)을 앞두고 남북 양측이 막바지 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지속되고 있어 한반도 정세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때 남북에서 치러지는 기념식은 각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인하는 장이자 남북한과 각국의 관계를 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백악관은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정전 60주년 기념행사에 총 22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은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제임스 줌월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데이비드 헬비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데이비드 스틸웰 합참 아시아 담당 준장 등 고위 당국자와 수행원들로 구성됐다. 이번 사절단 규모는 역대 최대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7일 오전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공원에서 열리는 미국 측 정전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2006년 정전 53주년 기념식에 딕 체니 부통령이 참석한 적은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의 동선을 닷새 전에 공식 확인한 것도 이례적이다. 정전 60주년 행사에 미국 정부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쪽에서는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 특사단과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 백선엽 육군협회장, 권태오 육군 중장 등이 참석한다.

정전협정일을 ‘전승절(戰勝節)’로 부르는 북한도 올해 60주년을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각국의 지도자와 언론 매체를 대거 초청한 북한은 일주일에 3편이던 중국 베이징(北京)∼평양 간 고려항공을 최근에는 하루에 최대 5편으로 늘렸다.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과 평양을 잇는 국제열차의 객차도 늘려 자국민과 외국 인사들을 실어 나를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전승 60주년 기념식’을 핵실험 이후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고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대외에 알리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아직까지 냉랭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번 전승절에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 등 부총리급 인사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전승절 40주년이던 1993년에는 최고위급인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평양에 보냈다.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이자 참전국인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해 왔으나 올해는 핵실험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등의 변수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않자 러시아에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베이징 소재 고려여행사의 한 관계자가 동아일보에 제공한 사진에 따르면 북한의 대형 매스게임 ‘아리랑’에 ‘조로(조선-러시아) 친선은 세기를 이어’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북한이 그동안 아리랑 공연에서 중국과의 친선을 강조해 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아리랑 공연의 문구에 러시아가 등장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진은 22일 첫 개막식에서 촬영했다. 아리랑은 10만여 명이 참여하는 집단 체조로 2002년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을 기념해 처음 시작됐다. 올해는 전승절 60주년을 맞아 구성을 새롭게 했다.

북한은 지난주 국장급을 대표로 하는 실무진을 모스크바로 보내 전승절 축하 사절 파견과 관련한 협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달 초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방러 이후 별도의 실무진을 파견한 건 그만큼 대러 외교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 역시 냉담하다. 러시아 정부는 전승절 행사에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거나 파견하더라도 예년보다 급을 크게 낮춰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러시아 외교부에서 남북한을 담당하는 인사는 부국장급”이라며 “대표단이 가게 되면 그 이하의 실무진이나 일부 학자, 공산당 소속 의원들이 갈 개연성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안·이정은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jkim@donga.com
#6.25#러시아#조로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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