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호위함… 日 조기경보기… 대만 시위선박… 혼돈의 센카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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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실질 공동지배 노려 대치국면 장기화 전략
日기업 41% “對中사업 타격”… 정부 “국제무역법 준수” 촉구

중국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최신형 호위함을 배치하자 일본은 ‘하늘의 지휘소’ 공중조기경보기(AWACS)를 투입하는 등 21일에도 대치 상태가 지속됐다. 중국의 해양감시선과 어업지도선이 이날 오전 센카쿠 접속수역(12∼24해리)에서 물러났으나 오후에 4척이 다시 들어오자 일본 순시선은 ‘맨투맨’ 스타일로 따라 붙었다. 오전에 대만 시위대의 선박까지 센카쿠 접속수역(24해리·약 44.4km)에 나타나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0일 상원 청문회에서 센카쿠가 미일상호방위조약 적용 대상이라고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겉보기엔 더없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실제 충돌은 없었다. 중국과 일본 정부가 내심 센카쿠 분쟁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센카쿠 대치는 장기화할 개연성이 크다. 중국의 지도부 교체가 완료되고 일본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는 이런 불편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 장기화 전략으로 가는 중국

중국 국가해양국 천롄쩡(陳連增) 부국장은 20일 센카쿠 관련 세미나에서 “주권 수호를 위해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취싱(曲星) 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선박을 대거 투입해 적극 대응함으로써 (댜오위다오에 대한) 실질적인 공동지배 국면을 만들었다”고 진단하고 “주권 유지는 한두 번의 투쟁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고 장기간에 걸쳐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의 자평이나 희망과 달리 센카쿠 공동지배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어선들이 며칠째 일본이 주장하는 영해(12해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접속수역(12∼24해리)에도 잠시 진입했을 뿐이다.

뚜렷한 대응 원칙이 없는 가운데 군사적 충돌과 대화의 투 트랙이 공존하는 것도 장기전을 예고하는 요인이다.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21일 “우리는 이웃나라와의 영토, 영해, 해양 권익 분쟁을 우호적인 담판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9일 중국에 특사 파견을 제안한 데 따른 화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중국은 협상으로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얻어내려고 하는 반면 일본은 국유화 배경을 설명하겠다는 것이어서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중국이 4000t급 군함을 파견해 무력 개입 가능성을 열어 뒀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군사적 대응과 대화의 트랙을 오가며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군함 2척에 장착된 순항미사일 잉지(鷹擊)-83(사거리 250km)은 동중국해의 자위대 해군 시설 및 무기 대부분을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빨리 해결하려는 일본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일본이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일본 대기업과 중견기업 26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1%가 ‘중국과의 갈등이 사업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도매, 운송장비, 전자기기 분야의 기업들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일본 상품의 통관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경제산업상은 21일 중국에 “국제무역법을 준수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은 미국에 기대는 분위기다. 캠벨 차관보는 상원 청문회에서 “1997년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처음으로 확실하게 밝혔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010년에,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사흘 전 일본에서 다시 밝혔다”고 확인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 방위에 자위대의 AWACS, P3C초계기 등을 동원한 것을 두고 ‘일상적인 감시 업무를 할 뿐 자위대를 정식 출동시킨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의 센카쿠 진출을 막으려 하면서도 사태의 장기화로 이어질 요소를 차단하려는 일본의 속내가 드러난 셈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센카쿠#중일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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