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징집 이스라엘, 軍면제 특례법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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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유대교 신학생은 대체복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 세력들이 ‘종교적 징집 면제 인정’ 논란으로 내분을 일으키면서 이스라엘 정치권이 ‘문화적 내전’에 빠져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보수 리쿠드당과 연정 파트너를 맺은 정당들은 최근 ‘정통파 유대교(하레딤) 신학생 병역특례법’을 둘러싸고 격렬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 전했다.

강경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제3당 베이테누당이 하레딤 청년 신학생들에 대한 징집면제 특례법 폐기를 주장하자 연정의 다른 한 축인 제4당 샤스당이 반발하고 나선 것. 이로 인해 이스라엘 연정은 하레딤 문제로 붕괴 조짐을 보이기도 했지만 8일 의회해산안 통과 직전 야당인 제2당 카디마당과 손을 잡으면서 간신히 파국을 막았다.

갈등이 불거진 것은 이스라엘 최고법원이 2월에 평등권 위배를 이유로 특례법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부터. 18세 이상 이스라엘 남녀는 모두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하지만, 하레딤 청년 신학생들은 군 복무를 면제받는다. 2002년 7월 통과된 법에 의해 신학생들은 총을 메는 대신 정부보조금 명목의 연금을 지원받으면서 종교 연구로 대체 복무를 해왔다. 혜택 대상은 2010년 한 해에만 6만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특혜에 대해 세속주의 정당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보아즈 놀 씨(34)는 “성인이 되면 군대에 가야 한다는 건 기본가치”라며 “이스라엘 국민은 명백한 차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경제난을 겪으면서 일을 하지 않는 하레딤의 경제 무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총인구(780만 명)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하는 하레딤은 예시바라는 교육기관에서 랍비로부터 유대교 경전인 토라와 탈무드를 평생 배우고 연구한다. 생활비 대부분은 국가에서 주는 연금에 의존한다.

낙하산 부대 출신인 네타냐후 총리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낙하산 부대원의 등에 무거운 짐이 있으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하레딤이 국가경제의 부담이라고 비유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카디마당의 샤울 모파즈 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징집 문제에 공정한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별다른 접점을 찾기 어려워 특례법 존폐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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