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 유학’묘안, 유신때 DJ 구명운동 美 코언 교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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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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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교수’ 형식 출국 조언… 中서 변호사 개업하기도

중국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 씨가 ‘유학’이라는 방식으로 미국행을 택한 데에는 한 미국인 멘토의 영향이 컸다. 천 씨는 주중 미국대사관에 피신해 있을 때 미국 관리들에게 “내가 믿는 단 한 명의 조언자가 있다”며 “제롬 코언 뉴욕대 법대 교수”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코언 교수(81·사진)를 “미국 내 중국법 연구의 대부이자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운동을 펴기도 했던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코언 교수는 2004년 불법 강제유산 반대운동을 벌이던 천 씨를 처음 알게 됐으며 이후 몇 년간 소식을 주고받지 않다가 천 씨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달 30일 미 정부를 통해 다시 천 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천 씨와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망명보다는 뉴욕대 ‘미국-아시아 법률센터’ 방문연구원 형식으로 중국을 떠나는 것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법이다”라고 조언했으며 천 씨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언 교수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천 씨는 내가 미국으로 초청할 것을 알고 유학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빠르면 한 달 내에 미국행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 씨와 미국행을 상의하던 시간은) 정신없이 보낸 72시간이었다”며 “일이 잘 풀려 기쁘다”고 말했다.

코언 교수는 미국 내 중국법 연구 개척자. 애덤 시걸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법 학자 중 그의 제자가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코언 교수는 “중국이 장차 미국의 미래에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며 특히 법이 양국 관계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며 “중국 법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히 인권 분야로 관심이 옮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197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납치됐을 때 구명운명을 했으며 ‘한국의 인권과 미국의 외교정책’(1974년)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김 전 대통령이 1994년 설립한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 해외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1980년대 초 대만의 여성 민주화 운동가인 뤼슈롄(呂秀蓮) 전 부총통이 투옥됐을 당시에도 구명운동을 벌였다.

예일대를 우등 졸업한 코언 교수는 두 명의 연방대법관 밑에서 조수로 일하다 학자의 길을 택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하버드대 법대 교수를 지냈다. 하버드에서는 미국 대학 최초로 동아시아 법률연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버클리대 교수 시절 독학으로 중국어를 배웠으며 중국 최초의 서양 변호사로 베이징(北京)에서 개업하기도 했다. 코언 교수의 중국 인권운동은 중국 법을 서방 기준에 맞춰 비판하기보다 중국 법이 중국 관리들에 의해 무시되고 준수되지 않는 점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설득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러드 겐저 인권변호사는 “코언 교수는 중국 정부가 두려워할 정도의 영향력 있는 인권운동가이며 그를 무시하면 전 세계에 부정적 신호를 보내는 꼴이라는 것을 중국 당국이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중국#미국#천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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