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테헤란을 가다 2信]아마디네자드 개혁, 민심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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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制 폐지… 기름값 7배 껑충

신나리 기자
신나리 기자
“이게 다 아마디네자드 때문이야!”

6일 이란 테헤란 시내의 택시운전사 라민 씨(47)가 뒷자리에 있는 한국 손님은 아랑곳없이 혼잣말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가 화가 난 건 숨 막히는 테헤란의 ‘교통지옥’ 때문만은 아니다. 2010년 11월 이후 석유값이 7배나 올라 택시영업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란 국민은 오랫동안 L당 1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석유를 마음껏 사용해왔다. 저렴한 석유가격은 세계 4위의 산유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란은 정유시설이 부족해 국내 수요분을 인근 국가에서 들여와 충당하고 있지만 정부가 석유 등 생필품 가격 안정을 위해 막대한 간접보조금을 지급해온 덕분에 국민이 부담하는 석유값은 매우 낮았다. 원가가 700원 정도라면 정부가 600원을 보조해주는 셈이다.

보조금은 식품 등에도 적용된다. 길쭉한 빵인 난을 사는 데도 시민들은 제조 인건비 정도인 100원가량만 낸다. 밀가루는 재료비는 모두 정부 예산으로 지급한다. 서민층 밀집지역인 테헤란 남부에 가면 정부 쿠폰을 들고 와 밀가루, 식용유, 쌀 등을 사가는 시민들의 긴 줄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보조금이 연간 50억∼60억 달러(약 5조6000억∼6조7300억 원)였다고 하니 정부가 느끼는 부담이 어땠을지 상상이 된다.

특히 이란 정부에는 석유 수입이 가장 큰 예산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산유국’이란 의식과 저렴한 기름값은 사람들로 하여금 물 쓰듯 기름을 낭비하고 더 많이 차를 끌고 나오게 만든 원인이 됐다. 그 결과 오전 6시만 되어도 한국의 설날 민족대이동을 방불케 할 만큼 지독한 교통체증이 만성화됐다.

결국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이듬해인 2010년 11월 시민들의 석유 소비를 줄이고 유가를 현실화하기 위해 석유보조금 제도를 전면 폐지했다. 그 결과 이란의 석유 가격은 L당 700원으로 올랐다. 정부는 가구당 석유 사용량을 한 달에 60L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일종의 할증료를 물리는 제도도 도입했다.

정부는 그 대신 소득 상위계층을 제외한 인구 97%에 1인당 매월 45달러(약 45만5000리알)씩 현금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어린이까지도 일괄적으로 45달러가 나오기 때문에 4인 가족의 경우 매월 180달러가 들어온다.

아마디네자드 반대세력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지만 평소 석유 사용량이 적은 빈곤층은 적지 않은 액수의 보조금에 만족하며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박사과정을 밟는 한 이란 학생은 “중산층 이상은 예전처럼 기름을 마음 놓고 쓸 수 없어 대통령을 비판하지만 빈곤층은 통장으로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개혁을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3월 2일 치러진 총선 결과에도 일부 반영됐다. 빈곤층이 밀집한 코 키로예와 보예 아마드 등의 지역에서는 투표율이 무려 88%였다.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와 안보 불안에 더해 석유값마저 치솟아 중산층은 불만이 많지만 정부에 대한 항의로 직접 이어지진 않고 있다. 아자디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코르시드 씨(22·여)는 “2009년 (부정선거 의혹 시위진압에 따른) 학습효과 때문이 아니겠나. 무서워서 말을 못할 뿐 가슴속에 불만은 한가득이다”라고 말했다. 시위를 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체념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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