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시작, 우파가 가속페달 ‘하르츠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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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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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이 거듭나기까지

페터 하르츠
페터 하르츠
2000년대 초 독일은 통일 후유증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성장률을 기록한 ‘유럽의 병자(病者)’였다. 실업률은 서독이 10%에 가까웠고 동독은 18%를 넘겼다.

좌파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슈뢰더 총리는 재집권 직후인 2003년 3월 “어느 누구도 사회의 희생 위에서 일하지 않으며 쉬도록 해선 안 된다”라면서 독일 경제의 개혁 청사진인 ‘어젠다 2010’을 발표했다. 포괄적인 사회·노동 개혁 정책인 ‘어젠다 2010’의 핵심이 ‘하르츠 법’이었다.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 관리이사 출신인 페터 하르츠의 이름을 딴 이 법은 실업자들의 자기 책임을 강화해 노동시장의 자발적 재유입을 유도하고 비정규직 고용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서비스와 실효성을 높이고 고용수요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업인 노조원 상공인 정치인 학자로 구성된 하르츠 위원회는 공공고용서비스를 재조직하고 실업자가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구직을 위해 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도록 까다롭게 제도화했다. 또한 파견근로와 해고보호 등 계약직에 관한 규제를 대폭 축소했다.

이 때문에 지지도가 떨어진 슈뢰더 총리는 결국 2005년 총선에서 낙선했다. 하지만 우파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신임 총리는 여론의 반대에도 슈뢰더 총리의 개혁 정책을 적극 계승했다. 2007년에는 단축노동안을 도입하는 등 고용 유연화 정책을 더욱 확대했다.

독일 경제연구소(DIW)의 페르디난트 피히트너 박사는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르츠 개혁은 저비용의 일자리를 창출해냄으로써 고용주들이 해고를 최대한 자제하도록 만들어줬고, 그 결과 낮은 실업률이 이어져 위기에서 강해진 독일의 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 주간지 포브스는 “독일의 경쟁력은 1990년대 주당 35시간의 법정근무시간 때문에 급락했다”며 “하지만 노사 간 자율협약으로 주당 40시간으로 복귀했고 수요에 맞춰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12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독일경제 보고서는 “과거 노동시장 개혁의 성과가 이번 경제위기에서 효과를 발휘해 노동시간의 유연화와 구조적 실업의 억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트=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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