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노역비는 하루 10만원… 불법조업 中선장은 7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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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벌금 3080만원 선고… 수감 44일만에 풀려나

한국인은 벌금을 내지 못해 유치장에 들어가면 하루 노역비가 보통 5만∼10만 원 선이다. 하지만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불법 조업하다 붙잡힌 중국인은 하루 70만 원이 적용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27일 서해 한국 측 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단속되고도 담보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국어선 선장 위모 씨(47)와 인모 씨(57)에게 각각 벌금 308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벌금을 선고하면서 하루 노역을 70만 원으로 환산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구속 수감된 위 씨 등이 선고 당일 풀려나도록 한 것. 검찰은 27일 목포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을 수감 44일 만에 석방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1억 원의 담보금을 부과한 뒤 재판에서도 벌금 1억 원을 구형했다.

노역장 유치의 환산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법원은 범죄의 종류, 수법이나 벌금액에 따라 하루 노역 환산금액은 5만 원부터 억 원대까지 다양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통상 벌금 3000만 원일 때 한국인은 노역장 유치의 환산 금액이 하루 10만 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인 선장에게 적용된 70만 원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위 씨 등이 선주가 아니어서 재산이 없고 선원들에게 버림받은 점을 고려해 벌금액과 하루 노역 환산액을 정했다”고 밝혔다. 또 “불법 조업 처벌 규정에는 징역형이 없고 벌금형만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엔해양법 등 관련 법규상 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는 중국인 선장을 두 달도 안 돼 풀어줘 서해 EEZ 내에서의 중국 선박 불법 조업에 대한 실효적 통제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3000만∼4000만 원의 낮은 담보금 때문에 중국 어민의 불법 조업이 끊이지 않자 담보금을 높였는데도 법원이 벌금액을 낮추고 심지어 구금 가능 시한 6개월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시점에 풀어주는 솜방망이 처벌로 정부 정책이 무의미해졌다는 분석이다.

서해 어민들은 황금어장을 황폐화시킨 중국 어민이 이처럼 담보금을 내지 않고도 빨리 석방되는 것에 크게 반발했다. 어민 장모 씨(58)는 “한국인은 벌금 안 내면 하루 10만 원 정도로 계산하는데 불법 조업 중국 선원은 하루 70만 원으로 계산해 준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평을 털어놓았다. 장 씨는 “중국 어민이 부담하기 힘든 거액의 담보금은 내지 않더라도 금방 풀려난다는 인식을 중국 어부들에게 심어 주면 결국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만 더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30일 항소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위 씨 등은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4시 반경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서쪽 96km 해상에서 무허가로 조기와 잡어 315kg을 어획하다 어업지도선 무궁화 31호에 붙잡혔다. 그러나 압송 도중 중국어선 1척이 무궁화 31호의 예인 줄을 끊고 도주했고 다른 중국어선 20여 척이 몰려와 추격을 방해했다.

한편 제주지법은 불법 조업 단속을 방해하고 해양 경찰관에게 골절상을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기소된 왕모 씨(43) 등 중국어선 선장 2명에게 불법 조업의 전과가 있는 점을 감안해 각각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중국어선 선장 장모 씨(34)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9일경 추자도 북서쪽 12km 해상에서 어선 25척을 동원해 불법 조업한 어선을 제주항으로 압송하던 제주해경 1505함을 포위, 위협하며 해경 경찰관 5명에게 폭력을 행사해 골절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 환형유치(換刑留置) ::

벌금을 내지 않는 범죄자에게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도록 한 제도. 노역 일당(노역비)은 보통 5만 원이며 노역기간은 3년을 넘길 수 없다. 불법조업 중국어선 선원들도 벌금(담보금)을 내지 않을 경우 노역을 해야 한다. 외국인 노역은 관례상 6개월을 넘기지 않는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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