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러시아가 전망한 김정일 사후 北 시나리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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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권력 장악 부터 내전상황까지..초기엔 집단체제 가능성 가장 유력"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사태 전개 방향에 대해 러시아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현지 유력 관영 일간지인 '로시스카야 가제타'가 20일 향후 5가지 시나리오를 제기해 주목된다.

▲시나리오①=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이 아버지의 자리를 완전히 장악하고 북한의 유일한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김정은은 국가 통치 경험이 없고 김 위원장 생전에 충분히 공식적 후계자 수업을 받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김일성이 1994년에 사망했을 때도 많은 사람은 김정일이 아버지의 카리스마와 권위를 갖지 못해 국가 지도자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일은 이 같은 의혹을 말끔히 떨쳐버리며 권력을 수중에 넣었다.

그리고 사회주의권 붕괴와 수십만 명이 죽어나간 식량난, 미국 등 외부 세계의 압력 등을 견뎌내며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도 지도력을 발휘해 명실상부한 국가 통치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나리오②=김정은이 명목상의 지도자에 머물고 실질적 통치권은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가는 경우다. 김정은이 경험 부족과 복잡한 상황 때문에 독자적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없음이 판명될 경우 상당한 권력이 그의 후견인들에게로 넘어갈 수 있다.

후견인으론 당과 군, 내각에 포진한 김 위원장의 측근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나설 것이다. 가장 유력한 인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영향력을 크게 키워온 김정일의 여동생이자 당 경공업부장인 김경희와 매제이자 국방위 부위원장인 장성택이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은 명목상의 지도자로 전락하고 실질적 권력은 집단체제 체제로 넘어갈 것이다. 집단지도체제의 핵심은 국방위원회가 구성하게 될 것이다. 집단지도체제 구상은 지난 2008년 김정일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한동안 논의되는 듯했으나 이후 김정은 후계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사라졌다.

▲시나리오③=북한 내 다양한 정치 세력이 김정은에게 도전하면서 계파 간 권력 투쟁이 시작되는 경우다. 한국과 서방에서 가장 자주 논의되는 시나리오로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에게 많은 경쟁자가 있을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장성택을 비롯한 후견인 그룹이 단지보조 역할에 머물지 않고 권력 장악을 위한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에 찾아올 수 있다. 김정일의 마지막 부인 김옥이 게임에 뛰어들 수도 있다.

북한 군부가 '젊은 장군' 김정은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김정일의 다른 아들인 김정남과 김정철이 어떻게 나올지도 변수다. 어떤 경우든 한 세력이 먼저 김정은에 도전장을 던지면 나머지 세력들도 곧바로 권력 투쟁에 뛰어들 것이다.

▲시나리오④=대내외적 여건이 합쳐져 김정은이 권력 장악에 실패하고 계파 간 권력 투쟁이 내전으로 번지는 경우다. 가능하지만 모두에게 가장 좋지 않은 사태 전개다.

김정은의 통치 능력 부족에 경제난, 기아, 외부 압력 등이 겹쳐져 군부가 들고 일어나고 인민이 폭동을 일으켜 혼란과 내전이 벌어지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먼저 중국으로 난민이 유입되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 사태에 개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국경 지대가 좁은 러시아 국경이나 경비가 삼엄한 남한 국경으로 난민이 유입될 가능성은 작다.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 지역에 혼란이 빚어질 경우 원치는 않지만 북한 사태에 개입해야만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이 북한 내 핵무기 폐기를 약속할 경우 미국도 중국의 개입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뒤로 중국이 마카오에 머물고 있는 김정남을 지도자로 내세워 북한에 친(親) 중국 정부를 세울지, 유엔이 상황 수습에 나설지, 남한이 중국의 개입을 용인할지 등은 의문으로 남는다.

▲시나리오⑤=마지막 시나리오는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폐쇄적 집단통치를 펼치는 경우다. 북한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인 군부가 쿠테타를 일으켜 김정은을 몰아내고 직접 통치에 나서는 상황이다. 앞서 본 집단지도체제와 비슷한 형태지만 군이 권력의 중심에 선다는 점이 다르다.

이 경우 그동안 북한의 개혁과 개방 움직임에 반대해온 군 지도부는 김정일 식의 폐쇄적 통치를 이어가거나 오히려 북한 내 여러 곳에 자연적으로 등장한 시장을 폐쇄하는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이 같은 다섯가지 시나리오를 거론하면서 그 가운데 내전 상황을 상정한 네 번째 시나리오가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도 가장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 누구도 100만이 넘는 군대와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붕괴와 혼란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어떤 경우든 5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실현 가능성이 있지만 초기 단계에선 김정은이 명목상의 지도자 자리를 유지하면서 실제론 집단지도체제가 북한을 통치하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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