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中, 北 김정은 3대세습 공개 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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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간 후진타오 “김정은 동지 영도하에 강성국가 건설을…”

北 대사관 찾은 후진타오와 中 지도부 20일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을 찾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대사관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시진핑 부주석(왼쪽에서 두 번째)도 후 주석과 함께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베이징=AP 연합뉴스
北 대사관 찾은 후진타오와 中 지도부 20일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을 찾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대사관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시진핑 부주석(왼쪽에서 두 번째)도 후 주석과 함께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의 ‘북한 김정은 체제 밀어주기’는 20일에도 계속됐다.

○ 중국 국가주석, 김일성 이래 첫 외국 지도자 직접 조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리창춘(李長春) 상무위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함께 이날 오전 베이징 차오양(朝陽) 구 북한대사관 내 분향소를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에 조의를 표했다.

후 주석 일행은 분향소에 걸린 김 위원장의 대형 초상화에 허리를 3번 굽혀 명복을 빌었다. 이어 후 주석은 “우리는 조선(북한) 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해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분향소에는 후 주석 등 중국 현직 최고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화환도 놓였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시 부주석의 조문이다. 내년 18차 당 대회에서 후 주석을 이을 것이 유력한 그의 조문은 중국의 차기 정부도 김정은 체제를 지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 부주석은 이날 해외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조문에 참가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사망한 타국 지도자를 추모하기 위해 타국 공관의 분향소를 찾은 것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처음으로 보인다. 장 당시 주석은 상무위원이던 후 주석과 함께 북한대사관의 분향소를 방문해 ‘김일성 주석은 천추에 빛나리’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중국 정부는 현직에서 숨진 타국 지도자의 추모식장에 통상 부주석 또는 부총리급을 보낸다.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이런 행보는 북-중 우호관계의 특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이날 조문하지 않은 다른 상무위원 상당수도 북한대사관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 “김정은 중국 방문 환영”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중국과 조선 쌍방은 고위층 왕래를 유지해 오고 있다”며 “우리는 조선의 영도자가 편리한 시기에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의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란 언급에 이어 류 대변인도 이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 정부는 전날 중국 당정군 대표기관의 합동 조전과 외교부장의 북한 인사 접견에서 이 표현을 처음 사용해 김정은의 3대 세습을 공개 지지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에 조문단을 보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선은 외국의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고 답했다. 중국이 북한에 조문단을 따로 파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도 김정은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신화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중국중앙(CC)TV 등은 이날 인터넷판에서 김 부위원장이 당, 국가, 인민군 지도자들을 ‘인솔’하고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주요 기사로 전했다.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중국은 과도기의 북한이 기댈 수 있는 후견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정은이 젊다는 점에서 일부 국가가 앞으로 북한의 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적었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을 ‘위대한 계승자’라고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의 이 같은 김정은 밀어주기는 중국 공산당 특유의 실리주의적 선택을 보여준다. 사실 중국 정부는 북한이 김정일 사망을 공식 발표 전에 알려주지 않아 크게 격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공식 발표를 듣고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 중국 정부는 크게 당황했다”며 “이 상황이 끝나면 두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김정은 후계체제 안정이 중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판단하에 ‘김정은 영도’ 운운하며 적극 밀어주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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