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지금/고기정]“중국계 금융기관 차별 말라”… 中, 타국 관료 불러 군기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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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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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정 베이징 특파원
고기정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지난해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지만 금융 개방 정도로만 보면 후진국이다. 10월 31일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 내 합작은행 설립, 외국은행의 중국 내 영업 확대를 위한 인허가 등이 모두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런 중국이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금융기관 보호를 위해서는 힘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는 17일 한국 독일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7, 8개국의 금융감독 당국의 중국계 은행담당 국장급 인사들을 베이징(北京)으로 불러 이틀간 회의를 연다. 이 국가들은 중국건설은행이 분행(分行)을 두고 있는 나라다.

명목상으로는 중국건설은행의 현황을 소개하고 해당국에서 영업할 때 겪는 애로사항 등을 전달하는 등 금융당국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라고 한다. 하지만 일종의 ‘군기 잡기’로 비칠 수 있는 자리다. 경제대국이 된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면 항공료와 숙박비 등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고 와서 민원사항을 들을 까닭이 없다.

은감회가 이런 행사를 연 건 올해로 벌써 3회째. 2009년에는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 나가 있는 20여 개국을 불러 모았고, 작년에는 교통은행 진출 국가 당국자들을 불렀다. 이런 회의 소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 위상이 더욱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연례행사가 되다가 지금은 으레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됐다고 한다.

그동안 은행을 위한 금융당국 간 정례협의는 금융 강국으로 꼽히는 영국(FSA)과 독일(BaFin)의 금융감독청만 해왔다. 중국이 이를 벤치마킹해 연례행사로 정착시킨 것이다. 중국의 금융 파워가 그만큼 세졌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어 공상은행은 22개국에 181개 분행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에 순익 중 해외의 비중을 3.8%에서 10.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중국 내 외국 금융기관 활동에 채운 족쇄는 풀지 않으면서 해외에서는 국력을 앞세워 자국 금융기관이 날개를 달고 비상하도록 한다면 ‘신종 패권주의’라는 생각이 든다.

고기정 베이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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