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한미동맹 진화… “태평양시대 대등한 안보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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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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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오바마 정상회담 7대 포인트


《 1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달라진 한미동맹의 성격을 규정하는 자리였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10번째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은 전통적 안보 및 경제 문제는 물론이고 글로벌 이슈를 함께 고민하는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거듭났다.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동 언론발표문에 담긴 7가지 키워드를 통해 회담 결과를 살펴본다. 》
① 태평양 파트너십: FTA로 동맹 ‘버전 업’… MB “양국 윈윈 역사적 성과”

두 정상은 한미 양국의 동맹관계를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파트너십’으로 규정했다. 태평양 시대의 대등한 주역이라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미국이 핵우산을 통해 한국의 안보를 책임진다는 의존적 동맹관계는 ‘옛 버전’이 됐고, 한미동맹은 이 대통령의 표현대로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태평양 파트너십은 상호성이 특징이다.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 한국에는 ‘안보의 제1축’이요, 미국에는 ‘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한 초석’이라고 명시할 정도로 호혜적 관계를 강조했다.

이 같은 동맹 버전업의 결정적 계기는 ‘경제동맹’의 보증서 격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시대를 두고 “130년 양국 관계에 새 이정표를 세우고 양국이 윈윈 하는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미 상하원은 이 대통령을 초청해 ‘한국 대통령의 미래비전’을 듣는 합동 연설회가 열리기 전날 밤 전격적으로 FTA 이행법안을 처리할 정도로 성의를 표시했다.
② 통화 스와프 구축: 금융위기 대비망 G20 틀로 확장… MB가 先제의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 측에 글로벌 통화 스와프 망 구축을 선제적으로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한미 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유사시 상대국 중앙은행에 30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스와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런 지원 방안을 주요 20개국(G20)의 틀로 확장하자는 게 이 대통령의 구상이다. 다만 언론 발표문에는 ‘한미 양국이 11월 초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때 양국 주도로 국가 간 정책공조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내용만 담겼다.
③ 리비아 재건 협력: 글로벌 공동프로젝트 첫발… 한국기업 참여 길 터

북아프리카의 리비아는 한국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음에도 한국에는 지구 반대편의 나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오랜 독재체제에서 갓 벗어난 이 나라가 민주화를 수용하고 경제 재건에 성공하도록 양국이 협력해 지원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중요한 글로벌 협력 대상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서남아시아에 국한된 협력을 확장하자는 것이다. 한국이 이룩한 단기간의 산업화와 민주화 경험은 리비아에 소중하게 전수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민주화 바람은 북한 민주화의 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곧 한국이 리비아 재건에 기여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예고했다.
④ 北 비대칭 위협: 핵우산에서 미사일방어까지 ‘억제력’ 협력 강화


비행기 탱크 대포 군함 등 재래식 군사력과 달리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은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도 위협적인 비(非)대칭 전력이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따른 비대칭적 위협이 현격히 증대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 이런 상황 판단 아래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 더욱 실효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능력을 보강하고 대비 태세를 대폭 강화하자”고 합의했다.

북한의 이런 비대칭 위협에 대한 방어막은 미국의 핵우산 방위공약이다. 양국은 핵우산은 물론이고 재래식무기 타격 및 탄도미사일방어(MD) 문제까지 다루는 ‘확장억제정책위원회’의 활동 강화를 강조했다. 통상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란 핵우산의 또 다른 표현이다. 두 정상은 2015년으로 3년가량 연기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에 맞춰 한국군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동맹 2015의 이행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⑤ 北 우라늄 농축: 中 반대로 안보리 논의 막혀… 적극 대응 의지 피력

두 정상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의 안보질서를 위협하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거듭 다졌다. 양국은 북한이 공개리에 추진해온 플루토늄 재처리보다는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지난해 공개한 우라늄 핵 프로그램의 위험성에 주목했다. 대규모 재처리 시설이 필요한 플루토늄 방식보다 분산 병렬 배치가 가능해 실태 파악이 어려운 우라늄 핵이 실질적인 위협 요인이라는 판단에서다. 북한은 2002년 2차 북핵 위기의 출발점이 된 우라늄 프로그램을 부인하다 지난해 미국 핵 과학자를 영변으로 초청해 현대식 우라늄 핵 장비를 공개했다. 물론 중국은 한미 양국의 비판을 감안해 아직까지도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를 반대하고 있다.
⑥ 北 주민 궁핍 우려: 도발 대응 위주 대북정책, 인도적 지원 병행 시사

언론발표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두 정상이 북한 주민의 궁핍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간의 양국 대북정책은 △핵 폐기 협상 △천안함 도발 사과 등 정치·군사적 대응 △인도적 지원 등 3개 트랙으로 추진됐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4년차 말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는 제3트랙이 적극 추진될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⑦ 녹색성장 협력: MB가 주도한 과제… ‘공동연구 약정’ 첫 성과물

화석연료 의존이 높은 한미 양국에 녹색성장 분야도 빼놓을 수 없는 협력 분야다. 두 정상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필수 과제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고 말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 천명한 이니셔티브다. 녹색협력의 첫 성과물은 한국의 지식경제부와 미국의 에너지부가 12일 체결한 ‘한미 클린 에너지 공동연구 개발 사업에 관한 이행약정’이다.

워싱턴=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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