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참모 대출압력 정황… 정치스캔들 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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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일자리 창출 모델기업으로 언급했다 파산한 기업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청정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통령 취임 후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42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에 386억 달러의 정부 대출보증을 서면서 6만5000개 일자리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9월 현재까지 정작 일자리 창출은 3545개에 그친 것으로 15일 집계됐다.

게다가 백악관이 청정에너지 정책의 대표적 모범사례로 치켜세웠던 기업에 무리한 대출을 해주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스캔들로 비화되고 있다.

의혹의 초점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직접 방문해 “우리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극찬했던 기업인 ‘솔린드라’다. 2009년 9월 공장 착공식에 맞춰 5억3500만 달러의 정부 대출보증을 받은 이 기업은 올 8월 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1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한 뒤 파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백악관 참모들이 2009년 8월 백악관 내 예산관리국(OMB)에 수차례 e메일을 보내 같은 해 9월 초로 예정된 공장 착공식에 앞서 정부 대출보증 검토 작업을 마무리할 것을 종용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람 이매뉴얼 대통령비서실장의 한 측근은 예산관리국 책임자에게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공장 기공식 참석과 관련해 우리가 속도를 내야 할 것이 없느냐”고 채근하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예산국 책임자는 “대출보증 선언을 미루는 게 낫겠다. 정부 보증대출 첫 사례인데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에너지부 직원들끼리 주고받은 e메일에는 “한 신용평가회사는 솔린드라에 대해 2011년 9월에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는 결과적으로 정확한 예측까지 들어 있다. 하지만 예산관리국은 2009년 9월 1일 솔린드라 대출보증을 최종 승인했고 3일 후인 9월 4일 바이든 부통령과 스티븐 추 에너지부 장관은 공장 기공식에 함께 참석해 정부의 대출보증 사실을 발표했다.

게다가 솔린드라에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자금 후원자 조지 카이저 BOK파이낸셜 회장이 대규모로 투자를 한 것도 드러나 공화당으로부터 내부자 거래 의혹과 특혜성 시비라는 공격까지 받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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