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풀린 리비아 무기, 지구촌 새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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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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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리비아 알부르칸 기지에서 반군이 정부군이 버린 스커드 미사일을 보고 있다. 카다피군의 마지막 근거지 중 한 곳인 바니왈리드로부터 70km 떨어진 곳이다. 바니왈리드=AFP 연합뉴스
2일 리비아 알부르칸 기지에서 반군이 정부군이 버린 스커드 미사일을 보고 있다. 카다피군의 마지막 근거지 중 한 곳인 바니왈리드로부터 70km 떨어진 곳이다. 바니왈리드=AFP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리비아 트리폴리 인근 ‘카미스 여단’의 군부대. 한때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의 최고 정예부대의 기지였던 이곳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거듭된 폭격과 반카다피군의 공격으로 이미 초토화돼 있었다.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경찰은커녕 반군 병사 한 명도 지키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가족 단위의 방문객까지 아무 제지 없이 초소를 통과했다.

카미스 부대 안에는 각종 탄피들과 총기 부품 등 군수용품이 널려있었다. 심지어 카다피군이 버리고 간 탱크들과 각종 무기 매뉴얼(사용설명서), 초소 당직근무기록표 등도 많이 발견됐다. 이곳에 들어온 한 리비아인은 군수용품을 담는 상자 하나를 자기 트럭에 싣고 갔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리비아 독재 정권의 한 상징이자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했던 이곳이 흡사 관광지처럼 방치된 상황은 내전을 거친 리비아의 불안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트리폴리에서 동남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농지에는 옛 소련의 스커드미사일이 경비병도 없는 상태에서 방치돼 있다. 사거리가 300km인 이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로 쓰이는 트럭에 장착된 채 있어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 테러 조직의 탈취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전했다.

트리폴리 시내는 아직도 실탄이 든 총으로 무장한 반군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시내 민간인 가정도 상당수가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 리비아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일부 반군 청년들이 나중에 다시 사회 불만 세력으로 바뀌면 이들이 가진 총기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내전 과정에서 트리폴리의 아부슬림 교도소 등 여러 감옥을 탈출한 죄수들 손에 무기가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불법 총기 확산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가 보유했던 재래식 무기의 행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자들은 “휴대용 미사일(MANPADS)의 위치를 추적해 수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정보관계자는 AP통신에 “중동 지역에서 휴대용 미사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미 카다피군이 보유했던 재고 중 일부가 시장에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대 3만 기로 추정되는 휴대용 미사일은 개인 휴대가 가능하며 1발로도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

서방 세계는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 과정을 떠올리며 리비아 내 무기 방치 상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소련 붕괴 당시 제대로 관리 통제되지 못한 각종 재래식 무기는 러시아의 군 권력층과 마피아를 통해 중동의 테러단체에까지 팔려나가 지금까지도 러시아는 물론이고 서방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언 마틴 자문관은 4일 “리비아의 새 지도자들은 현재 도로를 순찰하고 있는 수백 개의 무장그룹을 대체할 국가 경찰과 군 조직을 창설해야 한다”며 “무기 확산 문제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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