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공포정치의 상징 아부슬림 교도소 가보니…

  • Array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죄수는 사라지고 고문 도구-핏자국만

전기고문의 흔적 리비아 트리폴리의 아부슬림 교도소를 접수한 반카다피군이 8월 30일 교도소 내에서 끊어진 전선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취재하는 기자에게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죄수들을 전기고문했던 흔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전기고문의 흔적 리비아 트리폴리의 아부슬림 교도소를 접수한 반카다피군이 8월 30일 교도소 내에서 끊어진 전선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취재하는 기자에게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죄수들을 전기고문했던 흔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리비아 트리폴리의 아부슬림 지역에는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교도소가 있다. 죄수들은 내전 과정에 도주해 텅 비었지만 곳곳에 수십 년간의 고문과 구타를 보여주는 가슴 아픈 흔적들이 남아 기자와 시민들을 맞고 있다. 8월 30일 기자가 직접 가본 교도소는 황량했다. 여기저기 핏자국과 함께 전기고문이 자행됐음을 증언하는 끊어진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자물쇠가 있던 벽면은 여지없이 뜯겨 나갔고 쓰레기가 가득 차 악취가 코를 찔렀다. 감방 벽면에는 죄수들이 붙여놓은 그림들도 걸려 있었다.

황량하기 짝은 없는 이 아부슬림 교도소의 역사는 이번 리비아 혁명의 도화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1996년 열악한 복역 환경에 항의해 시위하는 재소자 수백 명에게 정부 보안군이 1시간 이상 중화기를 발포해 죄수 1270명이 숨진 ‘아부슬림 대학살’이 15년 뒤 부메랑이 돼 그대로 정권의 종말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혁명은 당시 희생된 재소자들을 대변했던 변호사가 2월 벵가지에서 체포되자 재소자 유족들이 항의하며 시위를 시작한 것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내전이 됐다.

아부슬림 교도소는 내전 과정에서 나토군 공습 과정에서 일부 무너졌다. 간수들이 모두 달아나는 바람에 재소자들은 굶주림에 시달렸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민들이 24일 감옥 문을 열고 재소자들을 모두 해방시켰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한 반군은 “수감자 대부분이 반정부 인사여서 카다피에게 반감을 느낀 시민들이 이들에게 연대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소자들 중엔 일반 잡범도 다수 있었기 때문에 탈옥한 이들을 다시 잡아들이는 것도 새 정부의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군들은 “아부슬림 교도소는 이제 카다피 정부에서 일했던 부패관리들을 집어넣는 교도소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