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고 대책’ 꼼수, 시장에서 외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5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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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잇단 외환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고 저지가 여의치 않자 이례적으로 수출 지원 등을 겨냥해 1000억달러 규모의 엔고 대책기금을 조성한다고 24일 전격 발표했으나 금융시장에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 일본이 엔고 저지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기금 조성을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달러에 대한 엔 가치가 오히려 더 뛰는 등 시장과의 싸움에서 '판정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저널은 일본이 기금 조성과 함께 오는 9월 말까지 주요 30개 금융기관의 외환 운용을 매일 보고하도록 의무화시킨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한국도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 이런 식으로 보고받았으나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일본 금융계의 평가라고 지적했다.

저널은 일본이 하루 4조달러 규모로 움직이는 환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해 지난 4일의 경우 4조6000억엔 규모로 개입했으나 반짝 효과를 냈을 뿐 오히려 지난주 엔-달러 환율이 새로운 기록을 낸 것이 현실임을 상기시켰다.

저널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이 비상 대책을 발표하면서 "필요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더)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당국이 더 뾰족한 수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쪽이라고 지적했다.

UBS의 샤합 잘리누스 전략가는 저널에 "시장은 노다가 '계속되는 엔고를 걱정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정도로 받아들인다"면서 따라서 이번 조치의 효과는 "실질적이기보다 심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속수무책임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저널은 당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가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더 푸는 것이라는데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동의한다면서 이미 제로 금리이기 때문에 일본은행이 다른 방법을 동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추가 완화를 주저하는 입장인 일본은행은 "재무성이 발표한 조치가 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원론적인 성명만 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일본이 올 들어 이미 두 차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했으나 효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극히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면서 그러나 오히려 '정책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인한 꼴이 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번 조치가 시장에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엔-달러 환율이 뉴욕에서 오히려 0.2% 떨어져 24일 장중 달러당 76.57엔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환율을 지난주 2차대전 후 기록인 75.95엔을 다시 돌파한 바 있다.

일본 재계의 반응도 회의적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재계를 대변하는 게이단렌 관계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엔고 저지 노력이 물론 바람직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정부가 성장을 부추기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중소기업연합회도 정부가 내수 진작과 디플레 타개에 초점을 맞추도록 요구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 등급을 중국과 같은 수준인 Aa3로 한 단계 떨어뜨린 상황에서 이 조치가 발표됐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도 엔고 저지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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