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보다 빚 많은 日 “예견된 일” 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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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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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디스, 日신용등급 강등

일본 정부와 경제계는 24일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발표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닛케이평균주가가 전날에 비해 1.07% 하락했지만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락은 이미 예고됐던 데다 하락폭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디스가 보는 일본은 심각하다.

무디스는 이번에 일본 신용등급 강등 요인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정치적 리더십 부재를 들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경제성장의 힘이 약해진 데다 재정지출은 더 늘 수밖에 없어 국가채무 비율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또 1년에 한 번꼴로 총리가 교체되면서 건전한 재정정책을 유지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일본의 약점으로 들었다.

실제로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세계 최악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채와 지방채를 합한 일본의 전체 국가채무는 올해 말이면 GDP 대비 204.2%에 이르고 내년에는 210.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로는 이미 2009년에 부채비율이 217%에 달했다. 1996년에 100%였던 부채비율이 10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최근 재정불균형 문제가 부각된 미국(98.5%)이나 독일(81.3%)은 물론이고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그리스(136.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동일본 대지진 등의 여파로 일본의 국가채무가 앞으로도 더 늘 수밖에 없다는 것. 재무성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가채무는 943조8096억 엔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5년간 약 19조 엔의 지진복구 비용이 필요한데 이 중 10조 엔을 적자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한다. 빠른 고령화로 복지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일본의 향후 재정을 우려하게 만든다.

일본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늘리고 사회보장 등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지만 이를 위해서는 ‘증세’라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 일본 정치권은 국민 부담 증가를 이유로 과감한 증세정책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무디스가 “리더십 결여로 일본의 일관된 재정전략이 부재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무디스도 지적했듯이 이번 일본 신용등급 하락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세계적인 금융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이 높다고는 해도 국채의 95%를 자국민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 선진국의 국채를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일본의 가계순자산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076조 엔에 이른다. 나랏빚보다 일본 국민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부채비율이 높아도 엔화가 달러나 유로보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엔화가치 강세에 대처하기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엔고대책 기금 창설을 발표했다. 사상 최고 수준인 엔화가치를 무기로 기업의 인수합병(M&A)과 해외 자원 및 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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