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종말]카다피 은신 추정 ‘밥알아지지아’ 함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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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수백명 요새 벽 부수고 진입… 카다피 관저 샅샅이 수색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한 반(反)카다피군이 최후 결전을 위한 총공세로 끝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최후 거점인 밥알아지지아 요새 진입에 성공했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한 카다피 정부군은 탱크를 동원해 무차별 포격으로 최후의 저항을 벌였지만 결국 요새마저 지켜내지 못했다.

○ 끈질긴 막판 저항

반군은 밥알아지지아 요새 공격 초기에 정부군의 박격포 및 탱크 포격에 주춤했으나 결국 나토의 공습과 함께 총공세를 펼쳐 요새의 서문 벽을 부수고 진입에 성공했다고 AP통신이 23일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공군을 비롯한 연합군은 21일 하루에만 최소 46회 출격을 통해 밤새 밥알아지지아를 맹폭했다. 병력 소탕은 물론이고 통신 지휘소 역할을 하는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이 방송은 정부군 상당수가 트리폴리를 떠나 도주했지만 일부 매복 공격조는 저항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카다피군 저격수들이 어린아이들에게도 무차별 공격하자 한때 반군이 주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들이 간접적인 인간방패가 된 셈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리폴리 릭소스 호텔에 머무는 외신기자들은 시내에서 벌어진 총격전과 저격수들을 우려해 호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고립된 상태”라고 전했다. 밥알아지지아 요새 인근에 있는 릭소스 호텔에는 외신기자 30여 명이 머물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런 가운데 트리폴리 시내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화면을 내보내 정부군 잔당과의 교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리폴리 이외 리비아 다른 지역에서도 정부군의 저항이 이어졌다.

정부군은 카다피의 고향인 수르트 인근에서 스커드미사일 1발을 반군의 거점인 미스라타 쪽으로 발사했다고 AFP통신이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나토 대변인은 “지대지 스커드미사일이 미스라타 인근 바다 또는 해안에 떨어졌지만 인명 피해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수르트 인근에서 미군 전투기 1대가 카다피군의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미군을 인용해 보도했다.

○ 환희와 공포가 뒤섞인 트리폴리

반카다피군이 트리폴리에 입성한 이틀째인 22일. 트리폴리에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는 승리감과 함께 정부군의 역습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카다피 정권의 상징인 트리폴리 중심가 녹색광장에서 승리감에 도취돼 춤을 추거나 카다피의 녹색 깃발을 불태우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카다피의 42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데 대해 다수의 시민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광장 근처 커피숍에서 일하는 아스라프 할라티 씨(30)는 “자유를 만끽하러 나왔다”며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중해 인근에 위치한 한 여자 경찰대학을 새 거점으로 삼으려 했던 반군은 이날 오후 정부군의 공격을 받았다. 숨어있던 카다피 친위부대 저격수들은 근처를 지나는 자동차를 겨냥해 무차별 사격했고 캠퍼스에는 대공포가 한 발 떨어져 반군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긴장감은 시내 곳곳에서도 이어졌다. 자동차들은 저격수를 피하려고 인적이 드문 도로를 질주하고, 상점들은 하나같이 셔터를 내린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도시 곳곳에 쓰레기통과 부서진 차체를 이용해 설치한 임시 검문소에 반군들이 배치됐다고 A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 나토와 반군의 협력 작전

6개월간 정부군과 벌인 교전 끝에 반군이 21일 트리폴리에 진격해 장악하는 과정의 뒷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나토가 어떻게 반군을 도왔는지 전하기 시작했다.

나토는 정부군을 향해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했던 일은 불법이다. 하지만 무기를 버리고 도망간다면 단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전단을 뿌렸다고 타임지 최신호가 익명의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고의적으로 한 곳을 집중 포격한 뒤 몇 분간 공격을 중단함으로써 정부군이 도망갈 기회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이 싸움을 거대한 군사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과도국가위원회(NTC)가 리비아 전역에 퍼진 자유에 대한 열망의 물꼬를 트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22일 장기간의 계획 아래 이뤄진 반군과 나토의 협력이 작전 성공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반군은 영국과 프랑스, 카타르 군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무기, 연료, 의약품, 식량을 공급받았으며 나토 전투기의 폭격이 반군의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고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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