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기사회생? 멀고 먼 가시밭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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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투표 → 추가긴축안 → 민심수습 → 경제회복
신임투표 부결 땐 국가 대혼란… 일부 “디폴트선언 후 새출발을”

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와 새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가 21일 밤 12시(한국 시간 22일 오전 6시) 치러진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유로존·국제통화기금(IMF) 등과 협상을 통해 확정한 재정 긴축 계획에 대해 야권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거부하자 ‘거국내각’으로 돌파구를 찾다가 17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의회 신임 투표를 요청했다. 21일 투표에서 신임을 얻는다면 28일로 예정된 재정 긴축 계획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집권 사회당이 155석(전체 300석)이고 무소속 중 6석 안팎이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 이어 ‘2015년까지 280억 유로 재정적자 감축 및 500억 유로 국유자산 민영화’가 핵심인 긴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내달 초 구제금융 5차분(120억 유로)을 받아 급한 빚을 갚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추가 긴축안은 △소득세 면세점 6000유로로 인하(현 1만2000유로) △공공분야 일자리 15만 개 축소 △연금 동결 및 4년간 사회복지 지출 40억 유로 감축 △술집과 식당 등의 부가세 및 유류세 인상 △유럽연합(EU)의 재정개혁 감독 허용 등 민생과 국정의 큰 변화를 초래할 이슈들로 가득하다. 민심이 폭발하고 야권이 이에 편승해 새 총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에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800억∼1000억 유로 안팎의 추가 구제금융까지 쏟아 붓더라도 빚으로 빚을 갚는 그리스의 ‘돌려막기 대처’가 머지않아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지금의 그리스 경제는 ‘유로화’라는 굴레에 얽매여 외환위기 후의 한국처럼 자국통화의 가치절하를 통해 무역흑자를 꾀할 수도 없는 구조다.

그리스가 기사회생할 최상의 시나리오는 신임투표와 추가 긴축안 통과→추가 구제금융 지원→긴축정책 실행→재정적자 감축 및 경제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야가 똘똘 뭉쳐 분노한 민심을 설득하고 국민도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정치 사회적 혼란 속에서 일시적으로 빚을 갚아가며 연명하는 수순을 밟다가 결국 내년 후반부터 디폴트(채무불이행)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IMF는 최근 “그리스 위기가 제대로 수습이 안 된다면 제2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테네=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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