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22주년’…홍콩 15만명 촛불집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5일 08시 46분


코멘트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톈안먼 사태 발발 22주년을 맞아 4일 홍콩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支聯會·지련회)' 주최로이날 밤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시민 15만여 명(주최 측 발표, 경찰추산 7만7000명)이 참가,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중국 정부에 대해 톈안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재평가와 복권을 요구했다.

지련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리촉얀 의원(직공맹·職工盟)은 "15만 명 이상의 시민이 집회에 참가했다"면서 "경찰이 빅토리아공원의 일부 출입구를 봉쇄하는 바람에 더 많은 시민이 참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촛불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 가운데 53명을 체포했다고 5일 현지 경찰 당국이 발표했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해 불법 집회를 벌였고, 해산 명령을 거부함에 따라 체포했다면서 그러나 이날 정오까지 전원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시위 도중 체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지만 경찰은 "표현할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홍콩의 법과 사회 질서를 따라야 한다"고 체포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톈안먼 사태 21주년을 맞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도 15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바 있다.

홍콩 시민들은 1989년 톈안먼 사태가 발생한 뒤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이면 어김없이 빅토리아 공원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하면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이번 촛불 집회는 중국 정부가 작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를 수감하고 아이웨이웨이를 구금하는 등 반체제 및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또한 이번 촛불집회는 톈안먼 사태 이후 작년까지 홍콩집회를 주도해온 세토화 전 지련회 주석이 지난 1월 암으로 별세한 이후 첫 번째로 치러진 집회였으나 참석자 수가 예년과 차이가 없는 등 중국의 민주화를 갈망하는 홍콩 시민들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현지 신문들은 5일 분석했다.

'톈안먼 어머니회' 회장인 딩쯔린 여사는 촛불집회에 공개된 육성녹음을 통해 세토화 전 주석을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평가하면서 집회에 참석한 홍콩시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처럼 홍콩에서는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열기가 뜨거웠으나,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진원지인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아무런 행사도 열리지 않았다.

베이징 공안당국은 톈안먼 광장 주변을 철통같이 감시하고 반체제 인사 및 톈안먼 사태 희생자 가족들이 집회를 열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를 취했다고 홍콩 신문들은 전했다.

이런 와중에 일부 톈안먼 사태 희생자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이 묻힌 묘역에서 공안 당국의 삼엄한 감시 아래 추모 의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크 토너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중국 정부가 톈안먼 사태로 희생된 사람과 구금됐거나 실종된 사람들에 대해 충분하고 공식적인 통계를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우리는 중미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미국 정부에 대해 정치적 편견을 버리고 잘못된 관행을 정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반박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중국의 대학생과 시민 100만여 명이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다 탱크를 앞세운 당국의 무력진압으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말한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