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성장 페이스 무시… 구글 SNS사업 내가 망쳤다” 前 CEO 슈밋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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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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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 몰랐다. 내가 구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망쳐버렸다.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한 10년 동안 가장 후회하는 일이다.”

4월까지 구글 CEO였던 에릭 슈밋 구글 이사회 의장(사진)의 말이다. 구글은 21세기 들어 변화를 선도해온 대표적 기업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속도는 구글 CEO도 뒤늦게 땅을 칠 정도로 빨랐다.

슈밋 의장은 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팔로스베르데스에서 열린 ‘월스트리저널 올 싱스 디지털 D9 콘퍼런스’에 참석해 “4년 전 페이스북을 보고 구글도 비슷한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부 문건도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너무 무시했다”고 말했다.

2007년 당시 페이스북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람(Active User)은 2000만 명 정도였다. 지금은 5억 명도 넘는다. 모두 자기 신원과 인맥을 공개한 사람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남긴 글이나 사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그 다음 사용자가 가장 관심을 보일 만한 광고를 골라 노출시킨다. 페이스북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 모델이다.

구글도 광고가 주 수입원이다. 구글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를 분석해 광고를 선택한다. 문제는 어떤 검색어를 왜 입력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광고주가 보기에 페이스북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다. 페이스북의 성장과 함께 구글 광고 수입은 성장세가 둔화됐다.

슈밋 의장은 “선수를 빼앗긴 뒤 남은 선택은 페이스북에 ‘우리와 협력해 달라’고 매달리는 것뿐이었다”며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하기로 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지분 1.6%는 MS 소유다.

구글은 3월 ‘플러스원’ 서비스를 통해 추격에 나섰다. 플러스원은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웹페이지나 광고를 발견했을 때 ‘+1’을 눌러 추천하는 기능. 서비스 도입 초기부터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를 따라했다”는 말이 많았다. 구글이 그만큼 조급하다는 방증이다.

슈밋 의장은 이날 정보기술(IT) 산업을 선도하는 ‘4대 갱단’도 꼽았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그 주인공. 20세기 IT산업의 ‘아이콘’이던 MS는 빠졌다. 슈밋 의장은 “조만간 이 중 한 자리를 트위터나 (온라인 결제 사이트) 페이팔이 대신할지 모른다.

그러나 MS가 다시 포함될 것 같지는 않다”며 “MS는 이미 공룡이 됐다. 느린 공룡은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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