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족 자치구 “한족 물러가라” 반정부 구호 등장… 中 대규모 무장병력 도로봉쇄-휴교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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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몽골족의 시위로 중국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몽골족 자치구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나 시짱(西藏)자치구(티베트)처럼 중국 내의 심각한 한족 대(對) 소수민족 간의 분쟁 지역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어 보인다.

○ 우발적 사고, 폭발하는 불만

이번 사태는 10일 네이멍구 중동부 시린하오터(錫林浩特) 시에서 촉발됐다. 몽골족 유목민 모르건(莫日根·47) 씨는 유목민 30여 명과 함께 한족이 운영하는 탄광업체의 차량 때문에 소음과 먼지에 시달린다며 항의를 벌였다. 모르건 씨가 탄광업체의 트럭을 가로막았으나 한족 트럭 운전사는 모르건 씨를 그대로 치고 지나갔다. 5일 뒤인 15일에는 인근 아바가(阿巴알) 기(旗)의 한 석탄광산에서도 모르건 씨의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몽골족 근로자들이 집단 구타당해 1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당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23, 24일 시린하오터에서 몽골족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일부에서 “한족 물러가라” “몽골을 해방시키자” 등의 반정부 구호도 등장했다. 이번 시위는 네이멍구에서 일어난 역대 시위 중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는 28일 이후 소강상태다. 하지만 반중 정서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자치구 정부는 대규모 무장병력을 동원해 시위를 막고 학교들을 휴교시켰다. 이미 후허하오터(呼和浩特) 등 주요 도시는 29일부터 주요 도로 등을 봉쇄하고 경비를 강화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베이징에서 자치구의 수도 후허하오터까지 48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데 비해 신장이나 티베트와는 수천 km 떨어져 있다”며 “다가오는 토요일(6월 4일)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발생 22주년 기념일인 민감한 시기”라고 말했다.

○ “한족에 의한 자원 수탈” 피해의식

네이멍구는 신장과 티베트에 이어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로 면적이 크다. 약 600만 명의 몽골족이 거주하고 있다. 네이멍구는 신장이나 티베트에 비해 민족 갈등이 적고 반정부 시위가 거의 없었다. AFP통신은 “이번 사태는 돌발적으로 발생했지만 한족 기업들이 몽골족의 터전을 침범해 탄광을 무차별 개발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네이멍구는 대량 매장된 석탄개발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고 이에 따른 부의 불평등 분배나 환경파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다만 시위사태가 민족분쟁으로 격화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우선 몽골족은 티베트족이나 위구르족과 달리 한족 문화에 대해 관용적이다. 한 예로 몽골족과 한족 간 결혼 비율은 37.49%(2000년 통계)에 이른다. 한족과의 결혼율이 각각 12.66%, 0.62%인 티베트족이나 위구르족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또 네이멍구 자치구는 다른 소수민족 자치구에 비해 중국 경제성장의 혜택을 훨씬 많이 받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19년 네이멍구의 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282위안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전체 평균인 2만5575위안보다도 무려 57.5%나 높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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