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이러다 中 경제식민지 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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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직접투자만 32조원… 농작물-산림-철강 싹쓸이
외국자본 규제안 내놓자 中 “투자 보류”… 대응 고민

“중국의 거침없는 ‘싹쓸이 식’ 투자가 남미 대륙의 심기를 건드렸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과감한 경제 투자를 벌이는 건 잘 알려진 일.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이 너무 과열되자 브라질 등 남미국가 및 시민단체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남미 투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남미에 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액만도 295억 달러(약 32조 원)가 넘는다. 간접 투자는 이보다 몇 배 더 많다. 이 가운데 84% 이상은 농작물이나 산림, 철강 등 1차 산업에 몰려 있다.

이런 중국의 현지투자는 최근까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엄청난 땅과 천연자원을 가졌으나 개발자금이 부족했던 남미로선 고마운 거래처였다. 중국의 저가 공산품 공세 역시 자급생산이 어렵던 처지에 반가웠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은 재임 시 “중국이야말로 브라질의 형제국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과 남미는 새로운 식민지(neo-colonial)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화(中華)제국주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매매나 장기임대 방식으로 중국이 점유한 토지와 산림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아르헨티나농업연맹(AAF)에 따르면 현재 전 국토의 11%를 외국인이 차지했다. 브라질은 전체 통계는 없지만 상파울루 주의 약 20%가 외국 국적 소유인데 그중 상당수가 중국계 기업이나 개인으로 추정된다.

이러다보니 남미 정부들도 생각이 바뀌고 있다. 브라질은 올 초 외국자본의 토지 매입을 규제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정부 역시 지난달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 규모를 대폭 제한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후벵스 히쿠페루 전 브라질 재무장관은 “남미로선 중국과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적인 제재 수단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얼마나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브라질이 규제 안을 내놓자 중국 기업들은 당초 계획됐던 투자를 전면 보류하기 시작했다. 전체 150억 달러(약 16조 원)가 넘는 규모다. 브라질-중국 상공회의소의 찰스 탕 대표는 “원칙 없는 국수주의는 남미 경제를 쥐라기 시대로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NYT는 “그만큼 현재 남미의 중국경제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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