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설… 美의사당 메운 ‘두가지 박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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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제안’ 거부에도 기립박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열렬한 환영과 격려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유대계 유권자들이 등 돌리는 것을 감수하고 팔레스타인과의 국경 문제에서 이스라엘의 양보를 요구했지만 의회의 정치인들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과시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수도 예루살렘은 절대 쪼개질 수 없다” “해외 팔레스타인 난민은 돌아올 수 없다”는 등의 강성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고 미 의원들은 여야가 따로 없이 기립박수로 격려했다. 50분간의 연설 도중 나온 기립박수가 29차례나 될 정도였다. 자주 일어나는 데 지친 일부 의원은 때때로 선 채로 연설을 듣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 평화를 가로막는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측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합니다. 이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나는 유대 국가를 인정하겠다(I will accept a Jewish state)’라고 말할 차례입니다. 이 여섯 단어가 역사를 바꿀 것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때때로 양손을 들어올리는 등 자신감 있는 제스처를 섞어가며 중동 평화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위해 고통스러운 타협을 할 의지가 있다”며 “요르단 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일부를 철거할 수도 있다”고 일부 양보안을 내비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1967년 경계(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를 기준으로 국경을 논의하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거듭 천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그 대목에서도 환호했다. 그는 “1967년 경계로 돌아가면 이스라엘을 방어할 수 없게 된다”며 “요르단 강 서안에 있는 보안군도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연설이 끝난 뒤 “양당 의원들은 당신이 평화를 증진시켰다고 믿는다”고 네타냐후 총리를 격려했다.

의회가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공화당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국제 이슈인 이스라엘 국경 문제를 국내 정치 이슈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데다 일부 민주당 지도부까지 오바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측은 유대인 유력 인사와 단체들을 접촉하며 ‘오해’를 푸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내 유대인들은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요즘은 오바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보다는 이스라엘을 거칠게 몰아붙인다는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1인시위 고함 안들리게 ‘진압 박수’ ▼


24일 오후 미국 워싱턴 의사당 상하 양원 합동회의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중동 민주화 열기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순간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2층 방청석에서 연설을 듣고 있던 젊은 여성이 ‘더 이상의 점령은 안 된다’, ‘이스라엘은 전쟁범죄를 끝내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인 것.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이 중단됐다. 그 순간 장내를 가득 메운 미국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민주 공화 할 것 없이 단결된 모습이었다. 연설을 지켜봤던 한 외교소식통은 “의회경찰에게 끌려 나가는 이 여성은 계속 무엇인가를 외쳤지만 의원들의 함성과 박수소리는 시위자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력화시켰다”며 “미국 의원들이 시위를 진압하는 방식이 새롭게 보였다”고 말했다.

연설을 재개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 순간을 명예의 훈장으로 받아들이겠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지켜본 것”이라며 “테헤란(이란)이나 트리폴리(리비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또다시 기립박수와 환호로 네타냐후 총리의 임기응변에 화답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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