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비 ‘처녀성’ 중요하지 않다”… 다이애나 사망후 인식 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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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왕실 혼전동거 용납 분위기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 가족을 대표해 신부 삼촌이 공개 석상에 나와 밝혔다. “내 조카는 틀림없는 처녀다.” 1981년 유치원 교사였던 다이애나 프랜시스 스펜서가 영국 왕세자비가 될 때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20세기까지 얘기다. 10년 가까이 연애하며 중간 중간 동거한 건강한 남녀에게 ‘처녀성’을 따져 묻는 사람이 아직도 있을까. AP통신은 26일 “한 세대 만에 신부의 처녀성에 대한 집착이 너무도 달라졌다”며 “영국인들이 다이애나 왕세자비 결혼식 때 연출했던 얌전함을 벗어던지려 한다”고 전했다.

영국 왕실에 왕세자비의 처녀성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 최근에 사라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데버러 코언 교수(영국역사학)는 “영국 왕실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받아들이며 ‘프리섹스 시대에도 왕실은 순결함을 잃지 않는 완벽한 가정’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어 했다”며 “그래서 왕세자비의 처녀성을 의도적으로 부각했다”고 말했다.

영국 웨일스 애버리스트위스대 노엘 콕스 교수는 “찰스 왕세자는 처음부터 (현재 부인인) 커밀라 섄드를 더 사랑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왕실에서는 찰스 왕세자를 만나기 전 여러 명의 애인이 있었던 섄드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 세대 만에 혼전동거를 용납할 정도로 왕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언 교수는 “영국 왕실은 섄드 대신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선택했지만 결과는 스캔들과 이혼, 불행한 죽음이었다”며 “왕실이 이제야 시계를 현재에 맞췄다”고 지적했다. 왕실은 처녀성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시대에 뒤처진다는 이미지를 주게 됐다고 자각하게 됐고, 이번엔 차라리 일반 가정처럼 평범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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