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산안 내일까지 합의 못하면 민생 대혼란… ‘예산 버티기’ 한미 다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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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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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정부 폐쇄… 한국은 날치기 처리

2011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 예산안 처리 시한이 사흘밖에 남지 않은 5일 미국 백악관과 의회는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과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백악관으로 불러 예산안 통과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베이너 의장과 리드 대표는 백악관에서 의회로 자리를 옮겨 늦게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더는 임시변통식 예산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신속한 합의를 요구했다. ‘작은 정부’를 요구하고 있는 공화당은 연방정부가 지출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8일 밤 12시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폐쇄된다.

○ 연방정부 폐쇄란?


가장 최근에 연방정부가 폐쇄됐던 것은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었다. 공화당이 예산안 통과를 미루면서 두 차례에 걸쳐 총 26일 동안 연방정부의 문이 닫혔다. 1981년부터 1994년까지는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연방정부가 문을 닫았다. 기간은 모두 3일씩이었다.

미국에서 연방정부가 종종 폐쇄되는 것은 한국과 다른 정치제도 때문이다. 미국 의회의 예산편성 및 승인권은 한국 의회보다 훨씬 강력하다. 1925년 이후 예산승인과 구체적인 예산배정권은 의회가 가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예산제안권만 행사할 뿐이다. 이에 따라 의회 예산위원회가 정부의 예산총액을 승인하면 이어 의회 세출위원회가 세부항목별로 정부의 지출을 허가해 준다. 따라서 세출위원회가 지출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연방정부의 업무는 정지된다.

예산총액 승인은 의회에, 구체적인 집행권한은 행정부에 주어진 한국과는 다른 구조다. 또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1월 1일)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았을 때 정부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준예산권’과 여야 합의에 실패해 벌어지는 ‘날치기 예산통과’도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는 없다.

○ 1995년과는 다른 분위기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 폐쇄는 공화당에 최악의 자충수가 됐다.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고 백악관 탈환까지 노렸던 공화당은 정부 폐쇄로 발생한 각종 혼란의 책임을 모두 떠안았다. 결국 예산전쟁을 주도했던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의장의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16년 만에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되자 공화당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방정부 폐쇄가 이전처럼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너 의장 등 지도부가 “연방정부 폐쇄만은 막겠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공화당이 3월 2일 2주짜리 잠정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달 15일에도 4월 8일까지 3주 동안 운용되는 잠정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연방정부 폐쇄를 피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1995년과 다르다는 의견도 많다. 연방 재정적자와 무역수지적자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 미국의 사정상 공화당이 내세우는 정부의 예산삭감은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5일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도 올해 예산전쟁의 책임이 민주 공화 양당에 균등하게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방예산만큼은 예외로 삼겠다는 공화당의 유연한 자세도 이전과는 다른 점이다. 공화당은 정식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에도 국방예산은 1년 치를 승인해 줄 수 있다고 했다.

○ 최대 피해자는 워싱턴 관광객?

연방정부 폐쇄가 현실이 되면 당장 국립공원은 휴장하고 박물관과 미술관도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에서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찾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도 문을 닫는다. 수도 워싱턴은 100% 연방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쓰레기 수거 등 도심 기능이 아예 마비될 수도 있다. 여권이나 비자 발급 업무 역시 중단된다. 한국에는 정부 간 협력사업 분야에서 다소 차질이 빚어질 수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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