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에도 멈추지 않는 카다피의 ‘오바마 짝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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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아들이 (미국)대통령이 된 게 기쁘고 자랑스럽다. 영원히 대통령으로 남아 있어주오.”(2009년 9월 유엔 총회 연설)

“내 친구 오바마는 역대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이다.”(2010년 4월 언론 인터뷰)

“존경하는 오바마. 만약 리비아와 미국이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당신을 여전히 사랑할 것이다.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이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2011년 3월 19일 리비아 정부 대변인을 통한 공개서한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짝사랑’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내 친구’ ‘내 사랑’이라는 말도 모자라 ‘내 아들’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평소 서방 세계에 온갖 험담과 거친 비난을 하면서도 유독 오바마 대통령에게만큼은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을 쏟아낸다.

카다피의 이런 태도는 미국이 서방국과 함께 그의 하야를 촉구하고 군사 개입을 결의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19일 리비아 정부 대변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나의 아들, 존경하는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냈다. 이 서한에서 카다피는 “양국이 전쟁을 하더라도 당신은 내 아들로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또 “우리는 알카에다와 싸우고 있다. 만약 이들이 미국 도시를 점령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며 자신의 반(反)카다피군 진압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해를 구했다. 같은 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리비아는 당신들의 것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어조를 보인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카다피의 ‘오바마 사랑’은 단순히 오바마가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리비아는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한 2003년 이후 미국과의 외교관계 복원을 위해 많은 애를 썼다. 경제 및 군사지원을 얻어내고 정권에 대한 서방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에도 미국과의 관계는 좀처럼 풀리지 않아 카다피의 애를 태웠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카다피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을 엮어보기 위해 양국 정상회담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가뜩이나 “이슬람교도 아니냐”는 음해까지 받고 있는 처지에 카다피의 호의를 받아들이기 거북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물론 ‘일편단심’ 카다피에게도 19일 자국에 대한 공습에 미국이 참가했다는 사실은 적잖은 충격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은 20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랍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오바마가 결국 리비아를 공격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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