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전후 최고…원화 약세 두드러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7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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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원전 공포'가 확산되면서 엔화가치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올들어 처음 달러당 1140원 대를 넘어서는 등 아시아 통화 가운데 원화가치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6일 오후(현지시간) 달러당 76.52엔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한 끝에 79.59엔으로 마감했다. 이는 1995년 4월19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인 79.75엔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바로 몇 시간 뒤인 1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엔화가치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오후 3시5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79.21엔에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고는 일본경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외환시장에서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부장은 "투기세력이 위기 때마다 나타났던 엔고를 미리 예상하고 엔화를 사들이기 때문에 엔화 강세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일본이 달러당 80엔 선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본은행(BOJ)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금융시장에 28조 엔을 방출한 상태에서 17일 5조 엔을 더 풀겠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급속도로 약해진 경제체력이 엔화의 약세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엔화가 단기적으로는 강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약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의 허약한 경제상황이 어느 시점에 엔화가치에 반영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허약해진 일본 경제를 경고하는 '적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본의 국가부도위험을 보여주는 5년물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7일 홍콩 등 아시아시장에서 118bp(1bp는 0.01%포인트)로 치솟았는데, 이는 한국(106bp)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지진 발생 뒤 첫 영업일인 14일에는 장중 한때 125bp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채 CDS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의 부도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17일 일본 회사채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일본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방지 비용은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치솟고 있지만 원화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핵 공포가 확산되며 달러화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확산된 탓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0.20원 급등한 114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가 상승폭을 줄이면서 달러당 1135.3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1140원대를 넘어선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원화가치는 1.3% 하락한 반면 홍콩 달러화는 0.2%,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0.5%가량 떨어지는 데 그쳤다.

원화가치의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관리 비상이 걸린 정책당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구두개입까지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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