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폴리시 ‘카다피 차남 사이프의 변신’ 집중조명

  • Array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개혁신념 버리고 가족 택한 리비아의 ‘마이클 콜리오네’

‘리비아의 마이클 콜리오네.’

마이클은 영화 ‘대부’에 나오는 콜리오네 집안의 막내아들(알 파치노 분)이다. 대학을 나온 엘리트로 순진하고 샌님 같았던 그의 이미지는 ‘마피아 패밀리’의 일원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아버지가 적들의 공격을 받고 가문이 위기에 처하자 선뜻 대부의 자리를 이어받아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리비아 사태 이후 무아마르 카다피 일가의 행보를 분석해 온 전문가들은 카다피의 7남 중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38·사진)을 마이클에 비유했다. 영국 유학파로 국제사회와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는’ 개혁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었지만 막상 가문이 위기에 처하자 독재자 아버지를 비호하는 인물로 변했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7일 ‘리비아 마이클 콜리오네의 이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그의 변신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다른 형제들을 제치고 일찌감치 후계자로 꼽혀 왔다. 리비아의 최고 명문 알파티흐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런던정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 그의 논문이나 연구 주제는 ‘북아프리카에 시민사회와 자유주의를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외교무대에서도 개혁적인 모습을 보였다. 2003년 아버지 카다피를 설득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들었고, ‘카다피 재단’을 운영하면서 자국의 인권문제 개선에 실질적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리비아 사태가 터진 이후 크게 달라졌다. 시위 초기인 지난달 20일 그는 “마지막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싸우겠다”며 ‘피의 내전’을 경고했다. 또 “나의 가족 및 정권과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을 “웃기는 일”이라고 비웃기도 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독재아랍국가의 황태자로서 서구 선진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은 그에게 여러 정체성이 혼재돼 있다고 설명한다. 아버지에 대한 충성심과 민주주의 개혁의 신념이 내면에서 끊임없이 충돌해 왔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데모스의 벤저민 바버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가 위험에 처하자 그는 가족을 선택했다”며 “북아프리카의 부족사회에서 혈연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시위가 정부군에 의해 완전 진압되고 그가 정권을 이어받으면 알려진 자신의 신념대로 전면적 개혁조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아직은 남아 있다. 하지만 포린폴리시는 “오랫동안 쌓아온 개혁가로서의 업적, 민주와 인권을 위한 노력은 그의 이번 결정으로 단숨에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