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힘’… 용병 2만5000명 어디서 끌어모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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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군벌에 오일머니 살포… ‘용병 예비군’ 지속관리

독재자들은 민중이 봉기하면 군대를 동원해 진압에 나선다. 하지만 군마저 등을 돌리면 무너진다. 그게 인류가 경험해온 민중혁명의 역사다. 지난달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정규군이 시위대 측으로 속속 이탈하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도 곧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카다피 정권은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용병을 충원하면서 버티고 있다. 정규군이 이탈한 자리를 리비아 남부 공항 등을 통해 유입되고 있는 용병들이 채우면서 내전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카다피 원수가 독재자가 버티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랍권 위성TV 알아라비아는 카다피 정권이 시위대 진압에 용병 2만5000명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 예비 용병에 오일머니 투자


AFP통신은 투아레그족 800여 명이 용병에 합류하기 위해 말리 등에서 출발했다고 3일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카다피 원수가 이들에게 약속한 돈은 계약금 1만 달러(약 1116만 원), 일당 1000달러. 하지만 이 돈이 전부가 아니다.

말리, 니제르 등 여러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투아레그족은 단일 민족국가 건설을 꿈꾼다. 이들 나라 국민은 흑인이 주류지만 30만 투아레그족 대부분은 백인 혈통이다. 카다피 원수는 이들이 1970년대 니제르 정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킬 때부터 군자금을 지원했다. 사병 조직 ‘이슬람 여단’을 파견해 직접 지원도 했다.

투아레그족뿐만 아니다. 미국 MSNBC방송은 “카다피는 아프리카합중국(United States of Africa)을 만들어 최고통수권자로 자리매김하려고 아프리카의 모든 반군 세력과 군벌에 오일머니를 뿌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정치적 주장에 동조하고 군자금을 지원하면서 ‘예비 용병’을 꾸준히 관리했다는 분석이다.

○ 눈 떠보니 용병 신세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차드에서 일자리를 찾아 리비아로 건너온 무함마드(16)의 이야기를 전했다. 무함마드는 트리폴리에서 친정부 시위에 참여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승낙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도시 바이다로 끌려갔고 총을 들고 시위대를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

친위대는 이주 노동자도 용병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 니제르 출신 이주 노동자는 BBC 인터뷰에서 “친위대 장교들이 이주 노동자들을 불러 모은 다음 ‘용병에 합류해라. 아니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어나면서 카다피 친위대로 자란 용병들도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시위대가 체포한 용병 중에는 ‘나의 부모는 무아마르 (카파디)’라고 문신을 새긴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들은 카다피 정권이 입양해 용병으로 키운 고아 출신이다.

한편 아랍 위성TV 알자지라는 “이스라엘 예비역 장군들이 인력 회사를 만들어 카다피 정권에 용병을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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