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유혈충돌]아미르 씨 “권력층만 잘살고 국민은 하루하루 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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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이끄는 실업자모임 공동대표 아미르 씨
“누구도 무바라크 안믿어… 이젠 떠나라”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힘들다. 지금도 내 아내와 두 딸은 집에서 먹을 것만 기다리고 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로 떠오른 카이로 시내의 타흐리르 광장. 연일 시위대의 선두에 서고 있는 무사파 아미르 씨(30)는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울분을 토했다. 카이로 남쪽 마디 지역의 실업자모임 공동대표인 그는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며 “대다수 이집트인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아미르 씨는 “이 나라의 정치인들과 잘사는 사람들은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잘 먹고 지내지만 내 주변에는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나는 고교 졸업 후 2년 동안 군복무를 마쳤다. 군에서 더 있어 달라고 해 1년을 더 복무했다. 그러나 그 뒤 내가 갈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택시 운전도 해보고 정비소에서도 일했지만 결국 내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미르 씨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어제 연설과 부통령 임명은 그가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며 “이제 무바라크가 하는 말은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에게는 떠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 정치인도 신뢰할 수 없다”면서도 “현 집권세력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세계 주요 언론은 이집트 시위 초기에 시위대 주축 세력으로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인 ‘무슬림형제단’을 지목했다. 종교적 이유로 이번 시위가 촉발됐다고 봤던 것. 그러나 엿새째 시위가 계속되면서 아미르 씨처럼 절망하고 있는 실업자, 대학생 등 청년층이 시위대의 주축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적 이념적 정파적으로 뚜렷한 중심점이 없는 다수의 민중으로 구성된 자발적 결집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단연 일자리. 이집트 인구 7900만 명 가운데 30세 미만은 절반에 육박한다. 청년층은 무려 40%에 이르는 청년실업률과 국민 40%의 하루 생활비가 2달러에 불과할 만큼 열악한 경제적 현실, 빈부격차에 분노하고 있다.

아미르 씨는 “이번 시위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더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계속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뒤 다시 시위대열로 달려갔다. “무바라크는 떠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그의 눈엔 눈물이 글썽했다.

카이로=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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