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북극 담장 복구 어떻게” 머리싸맨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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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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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한파 - 홍수
기상학자들 해법찾기 고심

우리나라만 ‘북극 추위’에 시달리는 게 아니다. 올겨울 미국과 유럽 등 북반구 곳곳이 이례적인 폭설과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이달 초 60cm 이상의 폭설이 미국 동북부를 강타해 뉴욕을 포함한 여러 대도시의 기능을 마비시킨 데 이어 24일에는 체감온도 영하 50도에 육박하는 한파가 다시 덮쳐 휴교령까지 내려졌다. 유럽도 한파와 폭설로 동사자가 속출하고 항공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의 기상학자들은 갑자기 닥친 한파의 원인, 지구환경 문제와의 연관성을 밝혀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 추운 미국, 더운 그린란드

미국 기상청은 24일 동북부 뉴잉글랜드에서 체감온도가 영하 50도에 육박했다며 한파주의보를 내렸다. 메인 뉴햄프셔 버몬트 펜실베이니아 뉴욕 코네티컷 주 등은 최저기온이 영하 30도를 밑돌고 있다. 이 지역 일부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으며 일부에선 철도 운행까지 중단했다. 미국 동북부는 지난해 말 폭설이 덮친 이후부터 기온이 올라갈 줄 모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폭설 10개 중 2개가 지난해에 기록됐다고 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지난해 말부터 수시로 내리는 기록적 폭설과 이상 한파로 교통대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동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도 한파와 폭설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눈이 내리지 않아 울상을 짓는 곳도 있다. 이례적으로 폭설이 내린 미국 동남부 애틀랜타에서 북쪽으로 3200km 떨어진 캐나다 북부 누나부트 주 이칼루이트 주민들은 새해맞이 스노모빌 축제를 열지 못하고 있다. 데이비드 엘 부지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미국과 유럽을 바라보며 ‘우리 눈이 다 저기로 갔다’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동북부와 그린란드의 지난해 12월 기온은 평년보다 최대 11.1도나 높았다. 한파와 폭설로 지구촌 곳곳에 비상이 걸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구의 평균온도는 지난해 기상관측 이래 최고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찬 공기 묶어두는 ‘제트기류’

많은 기상학자는 북극해의 해빙이 부른 시베리아의 강설량 증가를 올 기상이변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 수증기 증발이 활발해져 시베리아에 가을부터 많은 눈이 내리게 됐다는 것. 눈은 햇빛을 반사해 북극 대기의 찬 공기 소용돌이를 약화시킨다. 약화된 찬 공기 소용돌이는 다시 북극 주변에서 형성돼 지구 북반구 상공을 흐르는 제트기류 세력을 약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제트기류는 차가운 북극의 공기를 북극 상공에 묶어두는 일종의 ‘담장’ 역할을 하는데 이 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의 찬 공기는 담장을 넘어 남쪽으로 밀고 내려오게 된다. 이 과정에 대기가 교란되면서 북극 대기 온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북극의 얼음이 빨리 녹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면 태평양의 수면온도도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동태평양의 수면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라니냐 현상이 심화됐다. 라니냐 현상은 최근 호주와 필리핀, 브라질 등 지구 남반구에서 수천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홍수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일부 과학자는 지구 북반구의 이상 한파와 폭설, 남반구의 홍수를 환경 파괴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연관시키고 있지만 아직 이를 입증할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반론도 거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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