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변화 신호 없고 6자에만 전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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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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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김정일-다이빙궈 면담내용 中서 통보받아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9일 평양 만남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채널을 통해 10일 저녁 중국 정부로부터 평양회동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12일 “별다른 게 없었다”거나 “앞길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설명은 이렇게 요약된다.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 “당분간 군사적 충돌을 만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북한은 ‘희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중국이 어느 정도 노력은 했지만 (북한에서) 우리가 바라는 근본적 변화의 신호는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고위층은 다이 국무위원에게 “한국이 먼저 쐈다”는 ‘상투적’ 논리를 펴며 연평도 무력도발을 정당화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다. 그 고위층이 김 위원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9일 저녁 공개된 평양발 사진 한 장에 이미 예고돼 있었다. 사진 속에서 다이 국무위원은 김 위원장의 손을 꼭 잡고 걷고 있었다. 그가 지난달 28일 갑작스레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와는 큰 온도차를 느끼게 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도 “예상했던 결과”라는 분위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한중 정부 간 비공개 접촉에서조차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도발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은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에 대해 한미일 3국보다 ‘전향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올 초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주문했을 때 “유엔과 미국이 우리에게 지운 경제 제재를 푼 뒤에야 회담 참가가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4∼17일 중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외교 당국자는 “우리가 듣지 못한 좋은 소식을 들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요즘 워싱턴에는 중국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기류가 특히 강한데, 그런 분위기가 이번 스타인버그 부장관 방문을 포함한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전달되면서 중국의 태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2일 “다이 국무위원의 평양 방문 시 이뤄진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조선은 (이미) 올해 1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것에 대해 정식으로 제안했다”며 “내년 1월에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미국 방문이 예정돼 있어,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인 중국과 미국이 조선반도 현실이 제기한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어떤 자세로 임하는가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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