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大원소 없는 행성에도 외계생명체 존재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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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독성물질 비소 먹고사는 미생물’ 발견… 세계 과학계 흥분

비소로 활발한 생명활동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 중 하나인 ‘인(P)’ 대신 독성물질인 비소(As)를 이용해 생활하는 미생물 ‘GFAJ-1’(위쪽)이 발견됐다. GFAJ-1은 비소를 흡수해 생체 조직을 만들고 에너지를 생성한다. GFAJ-1을 확대한 사진(아래쪽)을 보면 생명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기관(액포)이 보인다. 사진 출처 NASA
비소로 활발한 생명활동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 중 하나인 ‘인(P)’ 대신 독성물질인 비소(As)를 이용해 생활하는 미생물 ‘GFAJ-1’(위쪽)이 발견됐다. GFAJ-1은 비소를 흡수해 생체 조직을 만들고 에너지를 생성한다. GFAJ-1을 확대한 사진(아래쪽)을 보면 생명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주머니 모양의 세포기관(액포)이 보인다. 사진 출처 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3일 오전 4시(한국 시간) 독성물질인 비소(As)를 흡수해 생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하자 ‘외계생명체’를 기대했던 일반인들은 실망했지만, 생물학자와 우주생명체를 연구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흥분하고 있다. NASA 우주생물학연구소가 발견한 미생물(GFAJ-1)은 생명체를 이루는 필수 원소 중 하나인 인(P) 대신 비소를 기반으로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지구 생명체와 근본적으로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2일 “생명체에 대한 종전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며 “기존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그림자 생물권’이 지구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세포의 에너지 생산 방식 완전히 달라

이번 연구가 이목을 끈 이유는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세포는 ‘아데노신3인산(ATP)’이란 물질에서 하나의 인산을 분리해 ‘아데노신2인산(ADP)’을 만들며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런데 ‘GFAJ-1’은 에너지를 만들 때 비산이 인산 역할을 한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극지생물해양연구부장은 “비소가 비산 형태로 탄소나 산소와 결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물질을 이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태광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인 대신 비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방법”이라며 “GFAJ-1 외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미생물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외계 생명체, 지구 같지 않은 행성에 있을 수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을 찾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존의 외계생명체를 찾는 방식은 외계생명체가 지구의 생명체와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 인(P), 황(S) 등 6개의 ‘필수 원소’가 풍부한 행성이나 위성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지구와 다른 환경을 갖춘 곳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을 확률이 높아졌다. GFAJ-1은 DNA나 단백질 같은 생체물질을 구성할 때도 인 대신 비소를 사용했다. 비소는 인과 자유전자의 수가 같아 특성이 유사하다. 우주생물학계에서는 예전부터 6대 필수 원소 대신 다른 원소로 이뤄진 생물체에 대해 추측해왔다. 탄소 대신 규소(Si)로 구성된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란 내용도 있었지만 가설 수준이었다.

행성 탐사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NASA에서 상을 받은 예융솬(葉永(훤,훼)) 대만 국립중앙대 교수는 “우주생명체를 찾을 때 고려하던 제한이 없어진 셈”이라며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박사는 “이번 발견으로 우주에서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이 더 넓어졌다”며 “화성 생명체를 발견하려는 미션(MSL)이나 목성 위성 가운데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은 유로파를 탐사하는 미션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를 예상했던 일반인은 실망한 모습이었다. NASA 발표 이후 인터넷에서는 “중대발표라더니 이것이 뭐냐”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미국의 CNN과 폭스 뉴스도 NASA의 발표를 생중계하다가 충격적인 뉴스가 나오지 않자 10분 만에 생중계를 중단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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