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공정’ 다음은 ‘한글공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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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다음은 한글공정?

중국 정부가 고구려와 발해 등 우리 역사를 왜곡한 동북공정에 이어 조선족이 사용하는 '조선어'를 자국 언어라고 우기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첨단 정보기기 한글 입력방식의 국제 표준 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자신문'이 11일 전했다.

그 동안 중국이 진행해온 동북공정이 고구려 발해 등 한국 고대사 왜곡이었다면, 한글공정은 언어관련 동북공정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10일 중국조선어정보학회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최근 '조선어국가표준워킹그룹'을 구성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휴대형 기기는 물론이고 PC 키보드용 조선어 입력 표준과 소스코드, 지역식별자 등 네 가지 표준 마련에 착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조선어를 사용하는 북한과 한국의 의견을 수렴해 표준을 만들기로 하고 국제 협력까지 제안한 상황인데, 자국 내 수많은 소수민족 언어에 대해 표준을 정립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서 10명의 연구사를 지원받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중국이 자국 내 휴대폰과 PC 등의 조선어 입력방식을 표준화해 ISO 국제 표준으로 상정할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조선어 입력 표준이 ISO에 상정될 경우, 한국과 한글 입력 표준을 두고 마찰도 예상된다.

이 신문은 조선어국가표준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조선어정보학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제 사회에서 한글에 대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조선어정보학회 관계자는 "한글과 관련한 PC 및 모바일 기기 자판에 대한 국제 표준이 없는 상황이라 중국이 먼저 조선어 입력 방식을 표준화할 경우 국제 사회에서 한글에 대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신문은 중국의 표준에 맞춰 한글을 입력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국내 전문가의 우려도 전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진용옥 한국방통학회 회장(경희대 전자정보대학 명예교수)은 "중국이 조선어 입력표준을 만들고 이를 국제 표준화하면 해외 모바일기기 기업이 중국이 제시한 표준으로 입력방식을 탑재해 한국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며 "한글 종주국인 우리가 중국이 정한 표준에 맞춰 한글을 입력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양회 기술표준원 정보통신표준과장은 "이같은 움직임이 감지돼 지난해부터 휴대폰 한글 입력방식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으나 400개 관련 특허 등 이해당사자 견해가 달라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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