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뚫었다… ‘구원의 날’ 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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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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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매몰광원 구조용 갱도 622m 65일만에 굴착 성공… 13일부터 구출

마침내 길이 열렸다. 이제 한 명씩 끌어올리는 일만 남았다.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의 현지 구조대는 9일 구조용 갱도를 광원들이 대피한 임시피난처와 연결된 갱도 지하 622m 지점까지 뚫었다고 밝혔다. 8월 5일 이 광산에 33명의 광원이 매몰된 지 65일 만이다.

천장의 드릴 소리는 매몰 광원들에게는 구원의 메시지였다. 지하에서 두 달 넘게 생사고락을 같이해온 이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상에서는 광원의 가족과 구조대원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은 저마다 ‘칠레 만세’를 외쳤고 일부는 인근 언덕에 올라가 광원의 국적에 따라 칠레 국기 32개와 볼리비아 국기 1개를 꽂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 광산 주변에는 극적인 구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1000여 명의 내외신 취재기자가 몰려들고 있다.

○ 가장 건강한 광원부터 구조

라우렌세 골보르네 칠레 광업부 장관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갱도 보강 등 일부 작업을 거친 뒤 13일부터 광원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광원 한 명을 올리는 데 90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15일까지는 33명이 모두 구조돼 가족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구조반은 끌어올리는 순서도 정해놓았다. 33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가장 건강한 광원부터 구조한다. 20분간 지상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부딪칠 수도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처할 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상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지하에 들어가 구조작업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다음 차례는 심신이 가장 쇠약한 그룹, 그 다음 나머지 광원들을 차례로 구조할 예정이다. 구조된 광원들은 바로 임시 야전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가족들과 짧은 상봉의 시간을 가진다. 그런 다음 인근 도시인 코피아포 시의 병원에 헬기로 이송돼 이틀간 집중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하이메 마날리치 칠레 보건부 장관은 “광원들은 현재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라며 “다만 습기 찬 지하에서 장기간 머무르다 보니 대부분 피부질환을 앓고 있고 일부는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몰 광원들은 구조에 대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추천한 식단에 따라 음식을 섭취하고 있으며 긴장 완화를 위해 아스피린도 복용하고 있다.

○ 칠레 안팎 흥분의 도가니

주요 외신과 국제사회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해피엔딩 스토리가 실제 현실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 가득 차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비극이 축복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 순간 칠레의 모든 교회가 축하의 종소리를 울려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AFP통신도 “이 사건은 그 자체로 리얼리티쇼나 영화 시나리오가 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영국의 BBC, 미국의 HBO 등 주요 방송사도 광원들의 구조에 맞춰 특집 다큐멘터리의 방영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칠레 영화감독 로드리고 오르투사르는 이번 사건을 ‘33인(the 33)’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골보르네 장관은 “우린 아직 아무도 구조하지 못했다”며 “마지막 한 명이 구출될 때까지 구조활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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