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강 돌고래’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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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500마리 포획… 우릴 지켜주세요가난한 농부들 생계수단 전락브라질 정부도 단속 어려워

‘맑은 눈망울을 지닌 그는 밤이면 뭍으로 올라온다. 잘생긴 사내로 변신한 뒤 어여쁜 마을 처자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먼동이 트는 아침, 그는 다시 강으로 내려간다.’

여기서 ‘그’는 사람이 아니다. 브라질 아마존 강과 인도 갠지스 강, 중국 양쯔 강과 캄보디아 메콩 강 유역에서 비슷한 내용의 신화에 나오는 ‘동물’을 일컫는다. 전 세계에 4종밖에 없다는 ‘강(에서 사는) 돌고래’다. 진화학자들에 따르면 약 1600만 년 전부터 강으로 올라와 살았다는 이 특이한 돌고래들은 귀여운 생김새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AP통신은 10일 “사람을 닮은 그 친근한 미소를 볼 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사실 강 돌고래의 멸종위기는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다. 학계에선 양쯔 강 돌고래가 이미 2006년에 사라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갠지스 강 돌고래 역시 올해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멸종 직전에 이르렀다”고 선언했다. 2009년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보고서에 따르면 메콩 강에 사는 강 돌고래는 겨우 60여 마리뿐이다.

상대적으로 그나마 풍족하던 아마존 강 돌고래도 최근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브라질 국영 아마존연구소에 따르면 해마다 최소 1500마리 이상씩 줄어들고 있다. 베라 다시우바 수석연구원은 “정확한 전체 개체 수는 알 수 없으나 연 7% 정도 감소 추세”라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강 돌고래의 멸종 원인은 100% 인간 때문이다. 안 그래도 난개발과 수질 오염으로 고통받는 이 동물들을 인간들이 마구잡이로 포획하고 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전설 덕분에 성스러운 존재로 보호받았으나, 돌고래 고기가 인기를 끌면서 어부들의 주 수입원으로 전락했다. 특히 아마존 강 돌고래는 인근 콜롬비아에서 지난해 2100여 t이나 거래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1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브라질 시민단체 ‘환경·천연자원연구소’는 “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아마존 밀림 벌채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강 돌고래 등 희귀동물 보호엔 무관심하다”고 비난했다. AP통신은 “가난한 어부들이 강 돌고래 사냥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 정부도 강력하게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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