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메드베데프 대통령, 실리콘밸리서 美-러관계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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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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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이틀간 방미
IT산업 둘러본뒤 워싱턴행
오바마와 새 협력관계 모색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는 이유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23일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이틀간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이튿날인 24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협력과 관계 개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의 이번 방미는 미국이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를 새로 정립하자며 추진해온 이른바 ‘리셋(reset)’ 정책을 가속화할 절호의 기회로 기대를 모은다. 워싱턴에서도 “혁신의 정상회담(a summit of innovation)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실리콘밸리 행보.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방문하는 실리콘밸리에서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둘러보고, 구글의 에릭 슈미트 창업자 등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스탠퍼드대도 들러 러시아의 IT산업 현황과 투자 등에 대한 강연도 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IT산업 발전을 위한 양국 협력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목표라고 22일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거액의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최첨단 기술정보 통신 산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모스크바 인근 스콜코보 IT산업단지를 테크노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 억만장자 기업가인 빅토르 벡셀베르크와 크레이그 배럿 전 인텔 CEO가 이 프로젝트의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실리콘밸리 방문은 미국의 선진기술 유입과 투자를 통해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띤다.

미-러 무역 규모는 연간 184억 달러에 이르지만 러시아의 대미 수출품은 80% 이상이 석유, 알루미늄 같은 1차 원자재다. 러시아는 향후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이나 상품 교역을 노리는 상황. 이를 위해 미국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촉구하는 한편 세제 혜택, 러시아 내 비자 조건 및 규제 완화 같은 인센티브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거대 러시아 시장에 뛰어들려는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미 보잉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스 등이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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