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찬바람, 독일 기업엔 훈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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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가치하락 영향
수출경쟁력 쑥 수익 쑥쑥
헤지펀드-인력업체도 수혜

유럽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국가부채 위기가 오히려 반가운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유로화의 가치 하락과 낮은 금리라는 호재를 발판으로 수익이 증대한 ‘숨은 승자들’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논쟁의 여지없이 가장 큰 승자는 독일(기업)이다.

독일의 세계적 전기·전자기업 지멘스는 달러화 대비 15%나 하락한 유로화 덕에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세지면서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 회사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65억 유로(약 9조4950억 원)에서 75억 유로(약 10조9600억 원)로 늘려 잡았다. 이 밖에 자동차업체 BMW, 중형트럭업체 만(MAN), 기업형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SAP, 스포츠전문업체 아디다스 같은 독일 업체들도 모두 유로화 가치 하락의 혜택을 봤다.

또 독일 기업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가 13개월째 1%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국채시장이 요동치면서 안전한 독일채권에 대한 각국 투자자 수요가 급증한 점을 이용해 돈을 벌어들였다. 투자해도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독일 기업이 채권을 발행할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다른 국가에 비해 아주 낮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세계적 렌터카업체 직스트는 지난해 말 회사채 3억 유로(약 4380억 원)어치를 발행해 얻은 돈으로 이자가 높은 다른 회사 채권을 사들여 많은 이익을 남겼다.

독일 밖 북유럽 국가 중에는 네덜란드 전자회사 필립스와 스웨덴 자동차회사 볼보가 중국 같은 신흥경제국에서 수요가 급증해 매출이 올랐다.

임시직 노동자를 공급하는 인력중개업체도 이번 금융위기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경제가 회복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최고경영자들이 정규직보다는 임시직 고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세계적 인력중개업체 란트슈타트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의 임시직 고용시장은 전해에 비해 10% 이상 성장했다. 주식, 채권 등 각종 시장의 변동을 교묘히 활용하는 헤지펀드들도 이번 위기의 수혜자 대열에 들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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