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60억 km 대장정… 日 ‘우주탐사기 귀환’에 열광

  • Array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소행성 착륙 - 암석채취 임무
예정보다 3년 늦었지만 성공
日 우주개발기술 가능성 열어”

지구를 떠난 지 7년 만에 무사 귀환한 소행성 우주탐사기 ‘하야부사(はやぶさ·송골매)’가 일본 열도에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예기치 않은 고장에 부닥칠 때마다 기적적으로 회생해 결국 임무를 완수한 하야부사가 20년 장기 불황 등 어려움에 처한 일본의 자존심을 세워 줬다는 게 여론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검증된 일본의 우주기술력을 제조업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하야부사, 한때 우주미아서 기적 귀환

13일 호주 남부 우메라 사막에 안착한 하야부사는 발사에서 귀환까지 숱한 기록을 남겼다. 우선 하야부사는 달 이외의 천체에 착륙했다가 지구로 돌아온 첫 탐사기이다. 7년 동안 우주를 비행한 거리 역시 60억 km(지구∼태양 거리인 1억5000만 km의 약 40배)로 최장 기록이다. 2003년 5월 9일 지구를 떠난 하야부사는 당초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지표면의 암석 부스러기를 담아 4년 안에 귀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잇따른 고장과 궤도 진입 시기를 놓치면서 예정보다 3년 늦어졌다.

하야부사가 2005년 11월 이토카와에 착륙할 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고무적이었다. 지구를 야구공이라 가정하면 달은 지구에서 약 3m 떨어진 100원짜리 동전이고, 이토카와는 약 1.7km 떨어진 곳에 있는 3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의 소립자다. 360kg의 하야부사가 망망대해 우주 속 점 하나에 불과한 소행성에 목표지점을 찍어놓고 착륙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쾌거였던 셈.

그러나 하야부사는 착륙 직후 발생한 뜻밖의 고장으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 착륙 도중 자세제어장치 3대 중 2대가 망가졌고 동력장치인 화학엔진 12대 모두 기능을 상실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구와 통신마저 두절됐다. 눈과 다리를 잃은 하야부사는 꼼짝없는 ‘우주 미아’로 전락했다. 하지만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연락두절 7주 만에 하야부사의 실낱같은 신호를 잡아냈고 4개월간의 교신 끝에 동력장치를 비상용 이온엔진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해 귀환의 실마리를 찾았다.

○ 진가 발휘한 일본의 우주개발 기술

하야부사는 일본 우주개발 기술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특히 하야부사가 살아 돌아오는 데 일등 공신인 이온엔진은 기존 화학엔진보다 효율성과 운행시간 면에서 단연 우위임을 입증했다. 이온엔진은 불활성 기체인 크세논을 이온화해 초속 30km의 초고속으로 분사해 추진력을 얻는 동력장치로 지금까지 위성의 보조 동력장치로만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일본 NEC가 독자 개발한 하야부사의 이온엔진은 1만8000시간 가동으로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14년 하야부사 2호를 발사해 다른 소행성 탐사에 나서는 한편 이번에 검증된 기술을 대대적으로 보완해 상업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