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회의 상설화해야 최상위 협의체 도약”

  • Array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 브래드퍼드 브루킹스연구원-현오석 KDI원장 대담

非회원국과 적극적 소통 필수
전-현-차기 의장국 참여하는 ‘트로이카’사무국 고려해봄직

한국의 개도국 개발 지원案
非 G20 국가에 매력적 의제…11월 서울회의에 관심 가질것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오른쪽)과 콜린 브래드퍼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이슈를 원활하게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협력의 최상위 협의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오른쪽)과 콜린 브래드퍼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이슈를 원활하게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협력의 최상위 협의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세계 최고의 경제협의체로 자리 잡으려면 상설기구가 될 수 있도록 기구화(institutionalization)가 필요하며 G20 회원국이 아닌 나라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G20 정상회의가 주요 7개국(G7)과 8개국(G8)을 대신해 세계의 주요 현안에 대한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프리미어 포럼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를 놓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콜린 브래드퍼드 선임연구원과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2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DI에서 가진 대담에서 G20이 세계 경제협력의 최상위 협의체로 자리 잡기 위해선 상설기구화를 통해 일회성 조직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사람은 “한국이 G7이나 G8이 아닌 국가로는 처음으로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5차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이 됐기 때문에 G20 회원국이 아닌 국가들의 관심을 끌 것이 분명하다”며 비(非)G20 국가들과 관련이 있는 의제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브래드퍼드 박사는 G20의 기구화 연구를 주도해온 전문가로 동아일보가 브루킹스연구소, KDI와 함께 9월 28, 29일 여는 ‘G20 서울 국제심포지엄’에서 G20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 원장=한국에서는 11월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 때문에 G20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브래드퍼드 박사=과거 글로벌 이슈를 선도했던 G8 정상회의는 북미, 유럽, 일본만을 대변했다. 엄밀히 말해 일본도 예외적인 존재였고 북미와 유럽의 모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G20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전 세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한국은 G7이나 G8이 아닌 국가로는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이 됐고, G20 정상회의의 기구화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현 원장=G20 정상회의를 상설화하려면 우선 G8 국가들과 비G20 국가들을 설득해야 한다. 또 G20 사무국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

▽브래드퍼드 박사=G20 정상회의 기구화에 반대하는 의견은 이전부터 있었다. 특히 많은 사람이 G20의 관료화를 우려하며 G20 사무국 설치에 반대한다. 하지만 영구적인 사무국이 아니라 ‘G20 트로이카’(의장국, 전 의장국, 차기 의장국)가 함께 운영하는 유동적인 사무국을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은 G20에서 다루는 의제에 대한 다양한 국가의 목소리를 담는 작업에도 효과적이다. 지금처럼 의장국의 담당자, 한국으로 치면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사공일 위원장과 이창용 기획조정단장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의견을 구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이들과 함께 G20 사무국의 사무총장이 지역별로 돌아다니면서 G20은 물론이고 비G20 국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것을 적절히 G20 정상회의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현 원장=한국은 비G20 국가들 및 일반 대중과의 소통에도 관심이 많다. 이것은 G20의 역할과 기여를 알리는 데 꼭 필요한 작업이다.

▽브래드퍼드 박사=지난해 열린 3차 피츠버그 정상회의 때 소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에는 현지에서 취재하는 기자가 없었다. 다른 나라 언론도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의 활동에 관심이 없었다. 결국 남아공 국민은 G20 정상회의에서 자신들의 대통령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G20 국가인 남아공도 이런데, 비G20 국가는 정상회의 현장에 언론은 물론이고 정상도 없다. 한마디로 이들 나라 국민에게 G20 정상회의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행사인 것이다.

▽현 원장=한국은 G20 서울 정상회의 때 비G20 국가들의 언론이 대거 참가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나라가 ‘비록 우리 정상이 G20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이슈가 다뤄진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기대한다.

▽브래드퍼드 박사=서울 정상회의는 비G20 국가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제안하려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개발 지원은 비G20 국가들에 매력적인 의제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인 만큼 다양한 IT를 이용해 전 세계에 G20 정상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릴 수 있을 것이다.

▽현 원장=지적한 것처럼 한국은 서울 정상회의 때 개발 이슈를 제안하려고 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출발해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는 한국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브래드퍼드 박사=일부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은 개발이슈를 G20 의제로 올리는 데 성공할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G20 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개발이슈는 개도국 관련 의제이고, 이것이 제대로 다뤄지려면 G20 회의 테이블에 개도국들도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안전망 같은 이슈 역시 개도국과 관련이 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향후 G20의 문이 2∼4개의 개도국에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현 원장=G20 정상회의의 의제가 경제와 금융에 국한돼 너무 전문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주요 국가의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인 만큼 더 높은 차원의 의제를 다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브래드퍼드 박사=G20 정상회의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때 힘을 얻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당시 세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였다.

▽현 원장=위기가 해결되면 G20의 필요성은 줄어드는 것인가.

▽브래드퍼드 박사=세계는 지금 금융위기 외에도 많은 글로벌 차원의 도전을 경험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니 개발이슈는 계속 다뤄져야 한다. 기후변화, 수자원문제, 해양오염, 위생시설 부족 등도 해결해야 한다. G20 정상회의에서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정상들을 압박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

정리=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브래드퍼드(71)
△현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캐나다 CIGI 선임연구원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주요 경력: 아메리칸대 연구교수, 미국 국제개발처(AID) 수석 이코노미스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센터 책임연구위원

현오석(59)
△현재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주요 경력: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세무대 학장,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공공기관경영평가단 단장


▲동아일보 변영욱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