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디플레+자원 인플레… 日경제 이중고 신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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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가격 인플레와 경기 디플레가 일본경제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 직후 급락했던 원유와 철광석 등 국제 자원 가격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오르면서 최종제품의 2차 원료인 소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원 및 소재 가격 상승이 비단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과자봉지 등 식품 포장에 주로 쓰이는 폴리프로필렌수지필름 제조업체들이 이달 들어 13%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합성수지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해 들어 이미 작년보다 85%나 급등해 소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석유화학제품뿐만이 아니다. 건축자재로 쓰이는 철강 소재인 고철 가격은 지난해 가을 이후 20% 이상 올랐고, 화장지의 원료인 제지와 시멘트 가격도 각각 15%와 10% 이상 급등했다. 자원 가격 급등이 소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최종제품 가격 압박으로 내닫는 연쇄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과업체와 의류업체, 건설업체 등 최종제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소재 가격 인상에 발끈하고 나섰다. 제품 가격을 낮춰도 물건이 팔리지 않는 극심한 디플레 와중에 가격을 올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 경기의 회복이 좀처럼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경제국의 왕성한 수요도 일부 원인이지만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막대한 재정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유동성이 당초 기대대로 기업 및 개인에 대한 대출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원유와 같은 국제 상품시장과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은 신흥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원자재 투기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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